지난해 8월 광복절 맞아 '태극기 패키지' 출시…日 불매운동에 구설수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대표 임일순)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일부 직영점에서 일본맥주를 슬그머니 ‘떨이’로 판매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로 비롯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한 터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바라보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뒷말이 무성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본사 차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맥주 2억2000만원어치를 폐기 처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선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는 서울 성동구 소재 모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직영매장에서 일본산 맥주인 ‘삿포로’ 캔맥주(350밀리리터·㎖)를 판매가격보다 30% 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했다.
2월3일 현재 해당 재고 매대에 놓여진 삿포로 맥주캔의 출력일자는 2월1일로 이 날부터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가격은 1캔당 정가 1900원에서 30% 할인한 1330원으로 표기됐다. 할인 판매가 적용된 삿포로 맥주는 10캔 이상 매대에 놓여 있었다.
떨이 판매 중인 삿포로 맥주가 있는 재고 매대는 매장 구석이 아닌, 주요 상품군인 냉장제품 쇼케이스와 음료 매대 사이에 있었다.
위치상 소비자들이 이동하면서 자주 눈길이 가는 곳이다. 재고 매대에서 삿포로 맥주를 살펴본 어느 50대 남성은 “가뜩이나 일본맥주 보기도 싫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일본맥주를 떨이해서 파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4일 현재 해당 매장의 재고 매대에서는 삿포로맥주 떨이 상품이 치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의 일본맥주 판매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서울 구로구 소재 어느 홈플러스 매장은 수입맥주 매대에 세계맥주 대표 추천상품 중 하나로 일본의 아사히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일본산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8월 광복절을 맞아 ‘카스맥주 태극기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애국마케팅을 전개했다. 최근 일본맥주 폐기 처분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일본산 불매운동 참여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SSM 직영점에서의 삿포로맥주 떨이 판매나 마트에서의 아사히 맥주 추천 프로모션은 소비자를 우롱하고 불신만 키워 결국 ‘홈플러스’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SSM 매장의 상품판매 매뉴얼 상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별도의 알뜰판매 코너에서 판매 후 유통기한이 종료되면 폐기하는 지침이 있고, 점포 차원에서 매뉴얼에 따라 운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관련 매뉴얼은 일본불매 운동 전부터 내려온 것인데, 일본맥주라고 해서 별도로 팔아야 하거나 제외시키라는 내용은 없기 때문에 해당 매장에서 일본맥주를 판매한 것 같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은 전국에 350여개가 있으며, 이중 70%가량은 직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