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협력사 사업 포기로 생산 우려
쌍용차, 대주주 투자 철회로 자금난 고심
국내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산과 판매 모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협력사의 사업 포기, 대주주의 투자 철회 등으로 위기가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생산·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5개 완성차의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국내외 판매는 265만4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3% 하락했다. 완성차 5개사와 대우버스, 타타대우상용차 등 상용차 제조사를 포함한 같은 기간 생산량은 133만515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1.5% 감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최근 2차 협력업체 명보산업으로부터 경영난에 따른 사업 포기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받았다. 명보산업은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넥쏘’ 등에 탑재되는 시트 백커버와 퓨즈박스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사 지원을 위해 1200억원을 출연하고, 1·2차 협력사 간 협의를 통해 일시적으로 부품을 공급받는 등 생산 차질 해소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도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당초 계획한 투자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적자 지속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자 지난 4월 기존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긴급 자금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쌍용차는 서울서비스센터 등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자금 확보에 나섰으며, 마힌드라는 유상증자 형식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데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쌍용차 투자에는 중국 지리차 등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아직 투자자 모색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업계 타격으로 빠른 시일 내에 새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불어,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대해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이 아니며, 책임 주체의 의지와 노력,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지원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국GM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노동조합의 기본급 인상 요구에 갈등이 재현할 전망이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생산량 13만6187대를 기록해 지난 2005년 같은 기간 13만5070대 이후 최저 생산 기록을 나타낸 바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2년간 임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더 이상 임금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앞으로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닛산 ‘로그’ 물량에 대해 지난 3월 계약이 끝난 뒤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르노삼성차는 직영 서비스센터 12곳 중 일부를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신차 ‘XM3’ 판매에 집중하는 등 실적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프랑스 본사로부터 구체적인 물량 배정 계획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