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30여개 보유, 지속 투자해 성과내겠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계약과 판권반환이 반복되는 등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판권이 반환된 신약 후보물질이 더 큰 규모로 재수출된 전례가 있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만큼, 활로는 언제나 모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글로벌 신약개발기업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한해만 총 약 8조원(상업화 성공 시 수령하는 금액의 합)의 기술수출을 이뤄내면서 한국 대표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계약에서 파트너사들이 판권반환을 결정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한미약품은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로부터 올해 5월 당뇨치료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을 중단하고 판권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받은 가운데, 이달 8일(현지시각) 이를 최종 확정해 각 임상 사이트에 통지했다고 9일 밝혔다.
사노피는 2015년 11월 한미약품과 당뇨치료 신약 ‘퀀텀프로젝트’를 계약금 4억유로(약 5000억원) 포함 총 39억유로(약 5조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후 2016년 12월 계약조건 변경에 따른 계약금과 마일스톤(기술료) 축소, 2019년 6월 공동연구비 수정계약 조정 등을 지속해오다가 첫 계약 후 약 5년 만에 해당 물질에 대한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5건의 임상 3상 자료를 받고, 이 중 10월에 완료되는 1건을 직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2016년 9월과 2018년 3월, 각각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중국 제약사 자이랩에 수출했던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판권을 반환받았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자이랩은 회사의 비전·개발전략 등의 변경을 반환 이유로 제시했다.
2019년 1월에는 미국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 BTK억제제 ‘HM71224’에 대한 판권을 반환받았다. ‘HM71224’의 경우, 릴리가 진행한 임상 2상 중간결과에서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임상이 중단된 상태였다.
상황은 이렇지만, 한미약품은 기술수출 후 판권이 반환됐던 물질을 재수출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반등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미국 제약사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신약 ‘HM12525A’를 기술수출했지만 2019년 7월 판권을 돌려받았다. 약 1년 후인 2020년 8월, 한미약품은 미국 제약사 MSD에 동일한 물질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신약으로 재수출했다.
한미약품은 또 미국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의 호중구감소 치료신약 ‘롤론티스’와 비소세포폐암 치료신약 ‘포지오티닙’, 미국 제넨텍의 RAF표적 항암신약 ‘HM95573’, 미국 아네텍스의 항암신약 오락솔·오라테칸·오라독셀 등 기술수출한 후보물질에 기대감도 크다.
이와 함께 독자 개발 중인 NASH 치료 혁신신약 ‘HM15211’와 단장증후군(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발생하는 소화흡수불량증) 치료 바이오신약 ‘HM15912’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HM15211’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신속 개발·심사·허가)으로 지정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파이프라인만 30여개 정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매출의 20%가량을 투자하고 있다”며 “신약개발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만, 흔들림 없이 R&D(연구개발)에 매진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김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