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제3국 거쳐 한국 입국… 靑·정보당국 '확인불가' 기조 유지
'피살사건'으로 남북 긴장 유지 상황서 악재… 국내 여론 역풍 우려도
지난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라진 조성길 북한 대리대사가 한국에 들어 와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UN)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재언급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사건에 이어 또다른 돌발변수가 발생한 모양새다.
7일 여권 등에 따르면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 대리 부부가 제3국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와 1년 넘게 머물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해 대사직을 대리했다.
그러던 중 2018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췄다.
이후 미국 등 제3국 망명설이 돌았지만 최종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 등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보위원장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며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우리가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본인이 알려지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았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 사안과 관련해 북한과 우리 정부간 접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조 전 대사대리를 '친구'라고 칭하는 태 의원은 같은날 입장문에서 "딸을 북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언론이 집중조명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다.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로 대사급 고위 외교관의 첫 망명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이 우리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으로 남북 간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위급 외교 인사의 한국행에 그간 북한은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보당국은 이 가능성과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변 문제 등을 고려해 그의 망명 사실을 함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우리 공무원 사살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