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검찰조사서 이미 무혐의 결론, 항소 검토"
법원이 지연 공시로 발생한 투자자의 손해를 한미약품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미약품은 이에 대해 즉각 항소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임기환)는 지난 19일 한미약품 투자자 126명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미약품은 이에 따라 원고들이 청구한 13억8700만원 중 13억7200만원을 배상할 위기에 처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29일 글로벌 빅 파마에 1조원대 기술수출을 달성했다고 공시한 다음날인 9월30일 오전 9시30분경 또 다른 기술수출 계약의 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30일 주가는 전일 장마감가 대비 18%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이 29일 이미 계약해지사실을 알았음에도 30일에 이르러서야 계약해지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데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원고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창천의 윤제선 대표 변호사는 “그 동안 허위공시에 대한 책임을 묻는 판결은 있었으나 그 적용범위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번 판결은 기업 공시제도의 의미를 명확히 설시하면서, 지연공시를 이유로 기업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은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장기업의 공시가 기업의 자의가 아니라 공익과 투자자의 이익에 맞게 엄격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이라면서 “주주자본주의와 공정한 시장질서 형성에 이정표가 될 만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미약품의 고의 또는 과실로 미공개정보가 유출돼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부당이득으로 취득한 자들이 존재한다”며 “이번 판결로 증권시장을 신뢰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다수의 투자자들이 금전적으로라도 배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창천은 이번 판결이 투자자들이 한미약품을 대상으로 제기한 유사한 내용의 소송 2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2건의 소송은 원고 202명이 총 24억여원을 청구한 건과 원고 45명이 총 5억여원을 청구한 건이다. 두 소송 모두 법무법인 창천이 원고인 투자자 측의 변론을 맡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미약품은 항소 카드를 꺼내들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시 지연에 대하여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공시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이런 판결이 나온 데 대해 매우 유감이다. 즉각적인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