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 삼아 돌파구 마련 안간힘…체질변화에 방점
2020년 산업군은 시작부터 끝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중심으로 축약됐다. 전 세계는 고통 받았다. 경제는 휘청거렸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다만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국내 산업계는 이를 기회로 삼으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기를 터닝 포인트로 삼은 산업계는 리더는 물론 사업방향 전환까지 모든 것을 큰 틀에서 변화시켰다. 올 한해 업종별로 변화된 산업계 이슈 ‘톱(Top)10’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1. 이건희 회장 별세, 총수 세대교체 본격화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만든 재계의 거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0월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랐던 그는 휴대전화와 반도체 신화를 통해 삼성전자를 세계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모두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를 중심으로 한 3, 4세 총수시대 문을 열게 됐다.
2. 항공업계 ‘새판 짜기’ 돌입…M&A 본격화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여파에 인수·합병(M&A)이 이슈로 떠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M&A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10개월 만인 올해 9월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스타항공도 올해 7월 제주항공과 M&A가 무산되며 현재 새로운 인수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3. 폐점·매각 카드 꺼낸 위기의 오프라인 ‘언택트’로 돌파 시도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핵심 트렌드가 되면서 라이브 커머스 시장 또한 급성장했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등은 자체 라이브방송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오프라인과 같은 현장감을 제공하는 등 언택트 마케팅에 집중했다. 한편으로는 폐점·매각을 통한 자산유동화를 추진하며 실탄 확보에도 나섰다. 올 한해 롯데쇼핑은 99개 매장을 폐점했다. 이랜드는 6개 부실점포를 정리했고, 홈플러스는 4개 매장을 매각했다.
4. 5G 가입자 수 1000만명 돌파…속도·품질 불만여전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 11월 기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4월 상용화 이후 1년 7개월만으로 매달 수십만명 이상이 5G 서비스를 선택했다. 반면 3G(WCDMA), 4G(LTE) 등 기존 서비스 가입자 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새로운 통신기술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커버리지 부족과 고가요금제 등을 이유로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5. 케이블 품은 IPTV, 유료방송 지각변동 가속
유료방송시장은 통신사들의 케이블TV 인수가 본격화됨에 따라 IPTV(인터넷TV) 중심으로 개편을 가속화했다. 정부는 작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이어 올해 초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정부는 현재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건을 심사 중이다. 유료방송시장 3~4위 딜라이브와 CMB도 매각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 업체들까지 통신3사에 흡수될 경우 통신3사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약 95%에 달한다.
6. 두산그룹, 자구안 이행 마무리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두산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며 그룹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그룹은 지난 10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자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선정된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 계획(자구안)의 마무리 과제를 성공적으로 매듭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두산그룹은 4월 채권단과 약속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중공업, 지주회사 두산의 계열사 매각, 두산타워 매각, 두산중공업의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시행했다.
7. 조선업계, 연초 수주 가뭄 딛고 연말 ‘뒷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Big)3’ 조선사는 올해 수주량 중 약 70%를 4분기에 몰아 수주하며 연말 뒷심을 발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만 올해 전체 수주량의 각각 55%, 82%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4분기에만 전체 수주금액의 약 71%를 수주했다. 선박 수주는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다.
8. 제약바이오업계, 코로나19 돌파구 마련 안간힘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은 각각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 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특정 환자의 치료목적으로 두 회사의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1상에 착수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은 내년 1분기 조건부 허가를 목표로 약물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 대세가 된 ‘집밥’
식품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소비확대로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강화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국물요리로만 올해 매출 2000억원 달성이 유력하고, 비비고 만두는 업계 단일품목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이라는 역사를 썼다. 농심은 라면을 앞세워 해외에서만 벌어들인 돈이 1조원을 넘어섰다. 동원F&B·대상·오뚜기·SPC삼립 등 대형식품기업들은 사상 최대실적이 전망된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올해 4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3년 새 2배로 급성장했다.
10. 중국, 3년 9개월 만에 한국게임 판호 발급
국내 게임사 컴투스는 이달 초 중국 정부로부터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의 외자 판호를 받았다. 판호는 중국에서 유료 게임서비스에 필요한 허가증이다.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발급받은 건 지난 2017년 3월 이후 3년 9개월만이다. 당시 중국의 판호 발급중지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읽혔다. 업계에선 이번 판호발급으로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으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