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철- 홀딩스 COO 자리 꿰차…그룹운영‧재무투자 거머져 ‘막강’
강영중, 위기타계 오너경영 체제로 변경…장남-차남 똑같이 ‘중임’
8년‧4년간 승진 없이 ‘상무’ 머물러, 승계구도는 여전히 ‘오리무중’
재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무게를 잡던 총수 아버지 세대는 사라지고, 스킨십경영의 40~50대 젊은 총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필두로 그동안 얼굴을 내밀지 않던 오너 2~4세 후계자들까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신아일보>는 연중기획 ‘후계자들’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 그룹사의 후계구도 및 경영승계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차기 오너가 그리는 기업은 어떤 것인지 한 그룹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대교그룹이 24년 만에 다시 강력한 오너십 경영에 돌입한다. 강영중 대교 회장은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던 장남 강호준 대표와 차남 강호철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중책을 맡겼다.
73세 고령에도 건재한 경영활동을 펼치던 강 회장이 마침내 승계 작업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안갯속 후계 경쟁을 펼쳤던 강호준-강호철 2세 형제는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며 시험대에 오른다.
장남 강호준 대표는 3월26일 (주)대교의 신임 CEO로 선임됐다. 그는 전문경영인 박수완 전 대표가 중도 사임하면서 사실상 대교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리에 올랐다. 같은 시기 강호철 대표는 대교인베스트먼트 CEO 직함과 함께 대교홀딩스 COO(최고운영책임자) 자리까지 꿰찼다. 그 역시 이황상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인베스트먼트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위치로만 놓고 보면 강호준 대표가 핵심기업 CEO가 된 만큼 대교 사업을 이끄는 구도다. 반대로 강호철 대표는 그룹 전반의 재무와 운영, 투자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은 만큼 뒤에서 밀어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측근까지 바꿔가면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 타계를 승계 작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결국 대교를 구원하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하는 2세가 차기 회장에 가까워 질 것”이라며 “올해가 그 평가의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핵심 교육브랜드 ‘눈높이’를 아래에 둔 강호준 대표가 한 발 앞선 모양세다. 이 자리는 강 회장 최측근 박수완 전 대표가 이끌던 곳이다. 특히 1988년 이후 24년간 전문경영인이 이끌던 자리를 장남에게 맡길 만큼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직격탄에 2020년 매출은 10년 전 수준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학습지시장 1위임에도 비대면 교육시장에는 대처를 하지 못한 실책이다. 강호준 대표는 40대 젊음 경영능력을 앞세워 ‘에듀테크 경쟁력’과 ‘계열사 통합’을 통해 아버지 부흥에 나선다. 실제 강 대표는 취임 직후 영유아사업 강화와 경영효율화 이유로 즉시 ‘대교에듀캠프’와 ‘트니트니’ 합병을 첫 과제로 꼽았다. 이미 이달 중 합병은 마무리된다.
특히 아버지에게 박수완 전 대표가 있었다면 강호준 대표에게는 김우승 전무가 생겨 힘이 더해진다. 줌인터넷 대표 출신인 김 전무는 빅데이터‧플랫폼 전문가로 강 회장이 아들을 위해 영입한 인사로 보여진다. 그는 강호준 대표의 에듀테크 사업에서 책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다만 강호준 대표가 직전 총괄했던 해외사업 실패는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차남 강호철 대표도 후계구도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재무와 그룹지주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대교홀딩스에서도 강 회장의 입과 귀 역할을 한 박 전 대표는 사라진 만큼 그 역할을 강호철 대표가 맡을 전망이다. 강호철 대표는 대교홀딩스에선 COO 위치다.
따라서 업계에선 강호철 대표가 입지 확대는 물론 막강한 권력까지 갖추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탈 대교인베스트까지 진두지휘하게 된 만큼 대교의 재무도 강호철 대표의 영향력 아래 두게 됐다. 다만 강호철 대표는 형 강호준 대표에 비해 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대교 후계자들이 올해 전면에 나섰지만 우열을 가리기는 여전히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며 “강 회장이 아들에게 직함을 새로 부여하긴 했지만 둘다 승진을 시키지 않은 만큼 지금도 후계구도는 안갯속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실제 강호준 대표는 2013년부터, 강호철 대표는 2017년부터 상무 직급으로 각각 8년, 4년간 승진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교홀딩스 지분도 강영중 회장이 대부분 소유한 채 아들에 대한 증여 움직임이 없는 것도 승계 작업을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다.
[신아일보] 송창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