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업CC 연대기] 부정거래 이미지 깨고 골프 '대중화' 열다
[창간특집-기업CC 연대기] 부정거래 이미지 깨고 골프 '대중화' 열다
  • 송창범·박성은·김소희·장민제·이성은 기자
  • 승인 2021.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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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4대 그룹 중심으로 회원제 벗고 대중화골프장 ‘확대’
아직 일부 ‘비밀클럽·프리미엄’ 승부…골프 활황에 수익 ‘업’
높은 캐시카우에 경영자금 확보·마케팅 용도로 활용 ‘극대화’
삼성 안양CC 13번홀. [사진=삼성]
삼성 안양CC 13번홀. [사진=삼성]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집계한 2020년 국내 골프장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7조원을 넘었다. 2019년 대비 18.3%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골프 대중화 바람이 대기업 골프 운영방식에도 변화를 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 대기업이 주로 운영하던 회원제 골프장 수는 지난해 158개소로 줄었다. 10년 전보다는 52개 감소했다. 

반면 대중골프장 수는 같은 기간 164개소가 늘며 344개소로 증가했다. 2019년보다는 16개가 많아졌다. 골프장산업 매출액도 전년대비 19.2% 급증하며 5조6500억원을 넘어섰다. 이용객수는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골프장은 대기업에게 수익성 높은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들은 골프장 몸값이 치솟자 경영자금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M&A(인수합병)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골프장 홍보에도 나서며 골프장은 기업의 핵심경영 수단으로 떠올랐다.

◆4대그룹, 삼성·현대차·SK·LG 총 261홀…대중과 소통 

재계 ‘빅4’인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은 국내에서 골프장 총 261홀을 운영 중이다.

이중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은 절반 이상인 162홀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골프만큼은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 된다”는 말을 남겼을 만큼 삼성가의 골프사랑은 유명하다. 골프장이 많아진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은 삼성물산을 통해 안양, 가평, 안성, 부산, 용인 등에서 총 6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고 모두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는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총 54홀을 운영 중이다. ‘해비치 컨트리클럽 제주’와 ‘해비치 컨트리클럽 서울’ 등 2곳이다. 대중제로 이용되는 이들 골프장은 매출액은 제주클럽의 경우 2019년 93억원에서 2020년 127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울클럽은 같은 기간 134억원에서 139억원으로 상승했다.

최태원 회장의 SK는 손자회사인 SK핀크스를 통해 제주도에서 골프장과 콘도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SK핀크스는 회원제 골프코스 18홀과 일반제 골프코스 9홀 등 총 27홀을 제주도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499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8.9% 올렸다. 

구광모 회장의 LG는 100%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전신 서브원)을 통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곤지암골프클럽 딱 1곳만 운영 중이다. 1993년 개장한 이 클럽은 총 18홀이다. 다만 현재 흐름과 맞지 않게 회원제로만 운영한다. 그 결과 골프장 실적 호황을 누리는 다른 기업과 달리 오히려 2019년 매출 998억원에서 2020년 792억원으로 떨어졌다.

◆중후장대그룹, 포스코·한화·두산·효성 ‘비밀 골프사랑’ 

중공업그룹 분야에서는 포스코, 한화, 두산, 효성 등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눈길을 끈다. 

포스코는 계열사 포스코O&M을 통해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 승주 컨트리클럽(27홀)과 경기 파주시 조리읍에 위치한 대중제 골프장 제이퍼블릭(6홀)을 운영한다. 또 포스코건설은 인천시 송도동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18홀)을 운영한다.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코스를 직접 설계해 눈길을 끈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는 국내에서 삼성과 비슷한 규모로 골프장 5곳 108홀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특히 좋아했던 클럽으로 알려진 충남에 위치한 골든베이 골프클럽은 최근 몸값이 2700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또, 자회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국내에서 △플라자 컨트리클럽 용인(36홀)·설악(18홀)·제주(9홀)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18홀)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에 위치한 오션팰리스 골프클럽(18홀)도 운영 중이다. 

플라자 컨트리클럽 설악. [사진=한화그룹]
플라자 컨트리클럽 설악. [사진=한화그룹]

박정원 회장의 두산은 계열사 두산큐벡스를 통해 강원 춘천시 신동면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 라데나 골프클럽(27홀) 1곳만 운영 중이다. 앞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두산그룹은 계열사 두산중공업이 운영하던 클럽모우 컨트리클럽을 지난해 8월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매각 완료했다. 두산중공업은 매각 대금으로 받은 1850억원 중 일부 회원권 입회보증금 반환 비용 등을 제외한 대금을 채권단 차입금에 상환했다.

조현준 회장의 효성은 경기 이천에 위치한 골프장 웰링턴 컨트리클럽(27홀)을 운영하는데 회원들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명품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사계절의 자연미가 드러나는 코스를 갖췄다.

◆유통그룹, 롯데·신세계·CJ 골프장 마케팅 '톡톡'

롯데·신세계·CJ로 대표되는 유통그룹은 삼성 못지않은 ‘골프사랑’이 눈길을 끈다. 유통기업답계 마케팅 효과가 높은 다양한 골프대회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는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부가 운영하는 롯데스카이힐 제주·김해·부여CC와 롯데건설이 운영하는 베어즈베스트 청라GC 등 총 4곳 99홀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 골프장은 36홀의 제주CC다. 제주CC는 서귀포 앞바다와 산방산이 보이는 회원제 코스와 한라산이 보이는 대중제 코스로 구성돼 있다. 베어즈베스트 청라GC는 36홀로 이뤄진 골프장으로 ‘2021 롯데 오픈’이 진행됐다.

범 삼성가인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는 자유CC와 트리니티클럽, 신세계 영랑호리조트 등 3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다. 자유CC(18홀)와 트리니티클럽(18홀)은 신세계건설이, 영랑호리조트(9홀)는 별도 법인이 각각 운영한다.

신세계 자유CC 파노라마. [사진=신세계건설]
신세계 자유CC 파노라마. [사진=신세계건설]

자유CC는 경기 여주 소재로 규모만 32만평에 이른다. 자유CC는 회원제로 운영되나 비회원도 최고 24만원으로 비용부담이 적어 ‘착한 골프장’으로 선정됐다. 자유CC는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면 그린이 바로 보이고 넓은 페어웨이를 즐길 수 있다. 인코스 15번홀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홀’로 선정됐다.

이재현 회장의 CJ는 제주나인브릿지(18홀)와 해슬리나인브릿지(18홀) 등 2개의 골프장을 소유 중이다. CJ는 2017년부터 국내 유일 PGA투어 ‘더 CJ컵’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나인브릿지는 세계 100대 코스 꼽히는 골프장으로 한라산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해슬리나인브릿지는 2013년에 국내 처음으로 ‘톱100 플래티넘 클럽 오브 더 월드’에 선정됐다.

◆식품그룹, 하이트·농심·사조 메이저대회 ‘입소문’

식품업계에선 하이트진로가 가장 두드러진다. 박문덕 회장의 하이트진로는 경기 여주의 ‘블루헤런CC’를 보유 중이다. 1992년 개장한 블루헤런은 43만여평 18홀 규모에 전원적인 서(West)코스와 미국 스타일의 공격적인 동(East) 코스로 설계됐다. 회원권(정회원·가족회원 2인) 거래가격(매매가)은 업계 기준 약 2억원이다. 

하이트진로는 블루헤런에서 국내 4대 메이저 골프대회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KLPGA)’을 열고 있다. 2000년 ‘제1회 하이트컵 여자프로 골프대회’가 모태며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총상금은 10억원이며 신지애(2008년)·김효주(2014)·전인지(2015)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트로피를 가져갔다. 직전 대회인 2019년엔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우승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엔 대회가 열리지 않았으나 올해엔 10월7~10일 개최가 예정됐다. 

하이트진로의 블루헤런CC.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블루헤런CC. [사진=하이트진로]

농심과 사조도 골프장 사업을 전개 중이다.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은 2001년 인수한 경기 포천의 일동레이크GC가 있다. 농심개발이 운영 주체며 48만여평 18홀 규모로 조성됐다. ‘북일동 남화산’이란 말이 있을 만큼 한강 이북에선 최고의 골프장으로 입소문 났다. 이용가격은 정회원 기준 6~7만원 중반대다.

주진우 회장의 사조는 사조산업 계열의 캐슬렉스가 서울과 제주, 중국 칭다오에 캐슬렉스GC를 운영 중이다. 경기 하남의 캐슬렉스 서울은 18홀, 제주 27홀, 칭따오 36홀 규모다. 올 2월 사조산업이 캐슬렉스 서울과 제주 합병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소액주주 반발로 무산됐다. 캐슬렉스 서울이 자본잠식 상태의 제주 골프장 손실을 떠안아야 한단 이유에서다. 캐슬렉스 제주는 현재 오너 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상무가 대주주다.

◆중견그룹, 웅진·대교·귀뚜라미 프리미엄 승부…몸값 ‘쑥쑥’

알짜 중견그룹 중에선 귀뚜라미그룹, 대교그룹, 웅진그룹이 골프사업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은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27개 홀의 렉스필드CC를 보유 중이다. 회원제 골프장이지만 영업이익이 2019년 2억5600만원에서 2020년 13억2400만원까지 6배 치솟았다. 친환경 골프장으로 유명한 이곳은 올초 골프장 M&A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웅진 렉스필드CC. [사진=웅진그룹]
웅진 렉스필드CC. [사진=웅진그룹]

강영중 회장의 대교그룹은 이천, 청평, 구미 3곳에서 총 54홀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대중화 콘셉트와 달리 대한민국 1% 프리미엄 퍼블릭 차별화를 꾀했음에도 2019년 330억원의 매출이 2020년 380억여원까지 올랐다. 

최진민 회장의 귀뚜라미그룹은 철원에 18홀 규모의 한탄강컨트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며 122억원을 달성했다. 한탄강을 끼고 있어 여름철 골퍼들에게 인기가 좋다. 귀뚜라미는 또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서울27골프클럽’을 만들었다.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서울 안에서 골프장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신아일보] 송창범·박성은·김소희·장민제·이성은 기자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