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노조, 이사후보 추천 '보이콧'…'낙하산'설에 절차중단 요구
수출입은행 노조, 이사후보 추천 '보이콧'…'낙하산'설에 절차중단 요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1.06.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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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후보추천위 구성 앞두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 내정설
노동계,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 무산' 사례 반복될까 우려
(왼쪽 세 번째부터)신현호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과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 4월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지부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을 규탄했다. (사진=금융노조)
(왼쪽 세 번째부터)신현호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과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지난 4월12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행지부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을 규탄했다. (사진=금융노조)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추진 중인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사측에 후보 제청 관련 내부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 내정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앞선 기업은행 사례처럼 수출입은행에서도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사외이사) 3인 중 나명현 전 비상임이사의 임기가 지난달 31일 만료됨에 따라 비상임이사 한 자리가 공석 상태다.

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는 수출입은행법 제11조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수출입은행 사측과 노동조합은 그동안 기재부 장관에 제청할 복수 후보를 선별하는 작업을 해왔다. 

신아일보 취재 결과 수출입은행은 노조 추천 이사 선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측과 노조가 각각 2명씩 후보를 추천한 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측 추천 인사 1명과 노조 추천 인사 1명을 정해 기재부 장관에 제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노동조합이 사측에 후보 추천 절차 중단을 요구하면서 수출입은행 내부 후보 선정 작업이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비상임이사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최근 수출입은행 안팎에 퍼지자 노조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사측이 추천 후보를 애초 2명에서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노조에 전하면서 내정설에 힘이 실렸다.

수출입은행 노조가 소속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9일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하기도 전에 수출입은행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가 내정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비판하면서 노동이사제 현실화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와 합의한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다. 정부와 노동·경영계 대표,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작년 11월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개편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합의문에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이하 공운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이사제 도입 전에는 노동조합이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는 경우 현행법상 절차를 거쳐 비상임이사에 선임 가능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4월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이사가 나오느냐를 두고 업계 관심이 높았지만, 최초 사례의 탄생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번에 수출입은행 노조가 금융권 최초 사례를 만들 기회를 잡았지만, '낙하산' 설이 돌면서 이번에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노동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신현호 수출입은행 노조 위원장은 "지금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면 소문대로 정부나 BH(청와대)에서 내정된 사람이 후보 명단에 포함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노동조합 추천 이사 후보는 또 들러리로 끝나버린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기 전에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자체를 하지 말자고 사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추천이사제를 떠나서 감사나 사외이사는 제도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도록 만들어진 자리다"며 "그러면 정말 경영 견제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나 감사로 앉혀야 하는데, 모든 자리에 사람을 내려보내면 그 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사측은 노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 외에 어떤 것도 공식적인 확인이 어렵고, 방문규 행장도 이번 건에 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은 게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비상임이사 후보 추천 관련) 일정은 전혀 정해진 것이 없고, 노사 간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말을 아꼈다.

cdh4508@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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