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B2B', 대상 '배양육', 농심 '비건', 롯데칠성 '헬스케어'
SPC삼립·오리온·hy·빙그레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잰걸음'
식품업계는 올 들어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바이오·물류·뷰티 등 식품 영역을 넘어서 성장 가능성 높은 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수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미래 성장을 이어가겠단 의지로 읽힌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대상·농심·롯데칠성음료 등 대형식품기업들은 신사업에 활발히 도전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 시대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는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선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만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최은석 대표 체제로 바뀐 후 B2B(기업 간 거래)와 바이오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B2B 식품사업의 경우 최근 사업조직을 본부로 확대하고, 생산라인과 인력을 확충했다. 새로운 브랜드 ‘크레잇(Creeat)’까지 론칭했다. 소비자의 수준 높아진 입맛과 B2B 식품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그간 B2C 시장에서 인정받은 ‘고품질’로 승부하겠단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B2B 식품시장 규모는 2025년 5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최은석 대표는 지난 5월말 B2B 사업 비전 선포식에서 “급식·외식·배달식을 아우르는 식품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엔 국내 고분자 컴파운딩(두 개 이상 산업소재 혼합 생산방식) 1위 기업인 ‘HDC 현대 EP’와 MOU를 맺었다. 연내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회사 설립이 골자다. 친환경 트렌드 확산에 맞춰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의 대량생산을 꾀해 화이트바이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임정배 대표가 지난달 배양육 배지 기업인 ‘엑셀세라퓨틱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큰 배양육(Cultured Meat)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배양육은 동물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인공고기다. 식물 단백질을 가공한 대체육과는 다르다. 일반 육류보다 토양과 물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2030년 글로벌 육류 소비량의 약 10%를 배양육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약 14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대상은 이르면 2023년 말부터 배양육 판매에 나선다. 임정배 대표는 “혁신적인 세포배지 기업과의 협업이 첨단 바이오시장을 개척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이달 취임한 오너 2세 신동원 회장이 강조한 ‘밸류업(Value up)’ 차원에서 전문 브랜드 ‘베지가든’을 앞세워 비건(채식주의)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베지가든은 농심연구소와 태경농산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가정간편식(HMR)에 접목한 브랜드다. 현재 30여종 이상의 상품군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이 외에 ‘채린이’와 ‘비거닝’, ‘비건파머’ 등 비건과 연관된 다수의 상표를 출원했다.
또,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 더마 콜라겐’ 상품군을 지속 확장하며 ‘이너뷰티(먹는 화장품)’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누적 매출액 250억원을 넘어서며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박윤기 대표 주도 아래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올 초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와 헬스케어 기능성 균주 발굴·상품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MOU를 맺고, 이어 지분 투자까지 단행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를 강화했다.
아울러 ‘발효 콤부차’와 ‘흑미 숭늉차’ 등 새로운 음료 카테고리를 발굴하고, 제주맥주 등과 ‘수제맥주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에 나선다.
제과 1위로 올라선 오리온은 중국 바이오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현지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한 MOU 체결이 구심점이 됐다. 올 3월 합자법인을 설립했고, 이달부턴 산둥 지역에 대장암 조기진단 키트 생산설비 구축에 돌입한다. 연내에 임상 사전허가 절차를 밟는 게 목표다. 중국의 높은 대장암 발병률과 조기 진단키트 수요 확대로 시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SPC삼립과 hy(옛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등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나선 상황이다.
양산빵 1위 SPC삼립은 국내 독점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의 최대 그릭요거트 브랜드 ‘쵸바니’ 제품을 이달부터 판매한다. 1조원 규모로 커진 요거트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hy는 ‘프레딧 배송’으로 물류대행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유통전문기업으로서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유가공 전문 빙그레는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을 론칭하고, 1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단백질식품시장 공략 채비를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