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끝…이자 부담 '부메랑'
'초저금리' 시대 끝…이자 부담 '부메랑'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08.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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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p 오르면 대출 이자 11조8000억원 늘어
신규 가계 대출 81% '변동금리'…차주 상대적 부담↑
돌발 상황 발생시 취약계층 연체액·연체율 급증 우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리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다. 연내 한 차례 이상 추가 인상과 함께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180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은 커지고 이에 따른 연체액과 연체율도 늘기 때문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이례적 돌발상황까지 더해지면 연체율과 연체액은 크게 늘 수 있어 부채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오전 회의를 통해 지난해 5월 이후 0.50%로 유지됐던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금리인상은 2018년 11월 0.25%p 인상(1.50%→1.75%) 뒤 2년9개월만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 조달 비용 증가로 시중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금융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로 하는 신용대출이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빨리 반영될 예정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르는 변동금리 역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등급 1등급 차주를 기준으로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신용대출 연간 금리는 2.96~4.01%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99~3.51%와 비교하면 최대 0.97%까지 이자가 늘었는데,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또 주택담보대출 역시 지난해 7월말 2.25%~3.96% 수준이었던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 대출 연이자 역시 최근 1년 새 2.62~4.13%로 올랐는데, 또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중금리 역시 추가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금리 변화와 연동한 변동금리 차주 비중이 높은 점도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확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신규 가계 대출 81.5%가 변동금리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78.0%)보다 3.5%p 폭을 키운 수치다. 또, 지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향을 받을 차주가 그만큼 많아졌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는 한 번 인상한다고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앞으로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인 만큼, 향후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당연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담대나 신용대출 등 개인대출 금리가 1%p 올라도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계산됐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폭으로 다시 계산하면 가계대출 이자는 2조9500억원,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1조30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이자 부담 증가가 가계연체액과 연체율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연체율은 0.32%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적용하면, 지난 1분기 말 0.2%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0.28%로 늘고, 이에 따라 1조7000억원이었던 가계대출연체액도 2조3750억원(675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이례적인 사건까지 더해지면 연체율과 연체액은 한층 커질 것으로 한경연은 분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일반적으로 가계대출금리가 1%p 상승하면 연체율은 0.32%p 높아지는데, 블랙스완(예상하지 못한 사건)까지 동시에 발생하면 가계대출연체율과 연체액은 한층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문 리스크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취약계층은 재정이 일차적으로 지원하고, 한은도 금융 중개 지원 대출(초저금리 대출)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