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에 매각' 추진서 가치 제고 모색 위해 각자도생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이 됐다. 기업은 이에 맞춰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동종 업종간 치열했던 경쟁을 넘어 이젠 이종 업종과도 싸워야 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든 기업이 경쟁자다. 이에 신아일보는 연중기획으로 ‘CEO戰’ 코너를 마련했다. 업종간·사업간 지략 대결을 펼치고 있는 CEO들의 라이벌 경영전략을 풀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IPTV(인터넷TV)업계의 전국단위 케이블TV(MSO) 인수전이 일단락 되면서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와 이한담 CMB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쇠퇴 중인 케이블TV시장에서 돌파구로 삼았던 매각카드가 동결됐기 때문이다. 각사는 독자생존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인수·합병(M&A)이 재개될 때까지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와 이한담 CMB 대표는 구조조정, 기존사업 강화, 신사업 모색 등으로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점차 축소중인 케이블TV 업계에서 매각을 돌파구로 삼았지만 M&A 이슈는 올해 얼어붙었다. 이는 케이블TV 인수로 시장점유율 확보경쟁에 나섰던 통신사들이 각각 한 기업씩 인수한 상황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재편 등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크다.
앞서 LG유플러스는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후 콘텐츠 경쟁력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티브로드를 가져간 SK텔레콤은 유무선통신 기반 존속회사와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지주회사로 재편을 진행 중이다. 최근 정부로부터 현대HCN 인수를 승인받은 KT도 콘텐츠 사업 재편과 B2B(기업간거래)시장 확대 등에 집중하고 있다.
IPTV 사업자로선 자금을 들여 케이블TV를 더 인수해봐야 당장의 경쟁력 강화는 미미하다. IPTV들이 덩치를 불리는 주요목적 중엔 콘텐츠 협상력 강화도 있지만 정부당국은 케이블TV 인수조건으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별도 협상을 내걸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당국이 유료방송시장 개편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분간 M&A가 빠르게 재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연초 CEO(최고경영자) 직속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사업본부를 구성하며 기존에 해왔던 OTT박스 ‘딜라이브 OTTv’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OTT사업본부는 ‘OTT사업 TF(태스크포스)팀’으로 변경됐고 본부인력 중 일부는 타 사업부서에 합류해 OTT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 대표는 ‘딜라이브 OTTv’ 플랫폼을 개방해 ‘OTT 신디케이터’로 변신도 선언했다. 다양한 사업자와 손잡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이에 올해 들어 추가된 앱·콘텐츠 수만 약 90개, 1000여편에 달한다. 현재 딜라이브 OTTv가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앱)이 3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가량이 새롭게 추가된 셈이다.
대표적 성과는 OTT플랫폼의 합류다. 기존 넷플릭스 외에 왓챠가 ‘딜라이브 OTTv’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웨이브도 3분기 중 ‘딜라이브 OTTv’용 앱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 비디오빌리지, 플레이타운 등과 협력을 맺고 이들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앱도 추가했다. 아울러 기존 ‘무비ON’과 ‘딜라이브 i’를 통합한 앱 ‘딜라이브 ON’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MB는 오너인 이한담 회장과 동생인 이한성 총괄사장 등이 올해 초부터 사실상 대표직을 수행하며 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태율 전 대표는 지난 1월 건강상을 이유로 사임했다.
현재 대외적으로 공표된 내용은 없지만 업계에선 CMB가 매각의 끈을 놓지 않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관측이다.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8-Vestigial Side Band) 채널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존 할부판매 서비스 외 새로운 결합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할 경우 CMB의 잠재력을 입증할 계기가 될 수 있다. CMB는 가입자 ARPU(1인당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너무 낮다는 게 단점으로 지목됐다. 요금이 낮은 8VSB 상품이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까닭에 디지털전환, 결합상품 출시 등을 통해 성장할 여력이 높다는 평가도 받았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