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작물보호제, 스마트팜 '디지털 파밍' 등 신사업 전개
취임 만 3년이 돼가는 이유진(58·사진) 팜한농 대표는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내는 가운데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춰 미래 경쟁력을 차근차근 쌓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작물보호제(농약) 최대 기업이란 수식어에 만족하지 않고 디지털 농업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재도약을 꾀하겠단 구상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팜한농은 이유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실적을 끌어올리며 국내 농자재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팜한농은 LG화학의 자회사로서 ‘그린 바이오(농업과 생명과학 접목)’ 첨병을 맡고 있다. 주력인 작물보호제와 비료, 종자 등에 디지털과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켜 ‘글로벌 그린바이오 톱(Top) 10’으로 도약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1월 팜한농 수장으로 취임했다. 이 대표는 1990년 LG석유화학에 입사한 이후 LG화학과 LG도요엔지니어링, 서브원 등을 거친 정통 LG맨이다. 그는 팜한농이 DB그룹에서 LG화학으로 인수될 때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와 경영혁신 담당 상무를 맡았다. 팜한농의 강점과 보완점은 물론 혁신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팜한농은 이 대표 체제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팜한농의 매출액은 4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3990억원보다 5.5% 늘었다. 영업이익은 466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동기 47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내외 농자재시장 침체와 원료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작물보호제 점유율은 올 6월 기준 27%가량을 차지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비선택성제초제 ‘테라도’ 등을 앞세워 동남아·미국을 비롯한 해외 판로를 활발히 개척 중이다. 2위권의 비료와 종자 사업도 대세가 되고 있는 친환경·기능성 제품 출시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팜한농의 미래농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작물보호제 개발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고, 농가인구 정체·고령화에 대응한 스마트팜 모델 구축과 농작업 웨어러블 슈트 보급 등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팜한농은 지난달 AI 기반의 신약 개발업체 ‘디어젠’과 작물보호제 신규 물질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팜한농은 디어젠이 제안하는 후보물질을 합성해 생물활성을 검증하고, 팜한농의 활성 데이터를 머신러닝(인간의 학습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기법)에 적용한다. 병해충·잡초에 대한 최적의 방제효과를 낼 수 있는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인공지능 활용으로 작물보호제 개발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대표는 앞서 6월엔 글로벌 ODD(광디스크드라이브) 1위 기업인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HLDS)와 스마트팜 센서·구동장비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는 팜한농이 구축하는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 솔루션’ 사업의 일환이다.
팜한농의 디지털 파밍은 소규모 농가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해 빅데이터 기반의 데이터 농업을 체감하는 것이 골자다.
팜한농은 영농 현장에 도움 되는 체감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딸기 등 140여 농가를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 중이다. 주·야간 온도차 등의 환경 모니터링과 병해충 예측, 최적화된 방제 제품 추천과 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 중에 AI 기반의 병해 이미지 진단 서비스를 추가 도입한다.
또, 딸기뿐만 아니라 샤인머스켓 포도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작물로 솔루션 적용 작물을 확대하는 등 개별 농가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으로 디지털 농업 생태계를 주도하겠단 계획이다.
이유진 대표는 “팜한농은 AI 기반의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파밍 솔루션으로 디지털 농업의 저변 확대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팜한농은 농가 고령화에 대응해 농작업 보조슈트 보급에도 나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은 지난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8.1%를 기록했다. 2025년과 2030년엔 각각 54.4%, 59.7%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체 인력인 외국인 노동자 입국도 여의치 않다.
팜한농은 이를 겨냥해 농작업 부담을 줄여주는 근골격 보조슈트 ‘에브리’를 지난 5월 출시한데 이어 6월엔 현대로템과 웨어러블 슈트의 농작업 적용을 위한 MOU를 맺었다.
팜한농 관계자는 “에브리의 경우 현재 계획 판매량의 60% 수준으로 농가 반응이 꾸준하다”며 “현대로템과는 작물·농작업 별로 최적화된 웨어러블 슈트를 보급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