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율 50% 그쳐…예보 반환지원제도 '눈길'
#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60대 조모 씨는 추석 명절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텐트를 사려고 계좌이체를 하던 중 실수로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보냈다. 80만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 은행을 통해 수취인과 연락이 닿아 돈을 돌려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취인은 10%를 수수료로 요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속앓이만 하고 있다.
27일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0만건에 달하는 착오송금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해마다 돈을 실수로 잘못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2017년 11만여건이었던 착오송금 건수는 2018년 13만여건, 2019년 15만여건, 2020년 20만여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돈을 잘못 보낸 경우 송금인은 먼저 자신의 거래 은행을 통해 착오송금 사실을 알려야 한다.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자금반환'을 신청하면, 은행에서 상대방 은행으로 연락해 수취인이 동의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수취인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혹은 반환을 거부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해야 하는데,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빨라야 석 달, 길면 1년 넘게 걸린다. 여기에 송달료만 10만원이 넘고, 법정에 여러 차례 출두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렇다 보니 소액의 착오송금 사고가 나면 되돌려 받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착오송금 반환건수는 2018년 7만여건, 2019년 8만여건, 2020년 9만여건에 그쳐 반환율은 채 50% 수준에 그친다.
이에 지난 7월부터 예보는 웹사이트나 직접 방문 방식으로 '착오송금 반환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은행 대신 예보를 통해 수취인의 전화번호 및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안내받아 보다 빠르게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다.
또, 수취인이 반환을 거절하면 예보가 법원에 지급 명령을 대신 신청한다.
다만 착오송금액 범위가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인 경우만 이용할 수 있고, 서비스 시행일(2021년7월6일) 이전 사고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송금자가 착오송금과 관련해 부당이득반환소송이나 지급명령, 가·압류 등 법적절차를 밟고 있거나 해당 송금이 보이스피싱 등 사기와 관련이 있어도 반환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 9월24일까지 신청된 착오송금 반환지원 건수는 1912건으로 이 가운데 510건이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으로 확정됐다. 177건은 수취인이 자진해서 반환했고, 333건은 지급명령 절차를 밟고 있다.
그 외 545건이 추가로 심사 중에 있으며, 나머지 857건은 보이스피싱 의심 및 절차 미비 등 이유로 지원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자진 반환된 177건을 기준으로, 반환에 걸린 기간은 평균 28일"이라며 "이를 통해 총 2억2000만원을 반환받아, 우편료나 SMS 안내비용 등 반환에 드는 실비를 뺀 2억1200만원을 송금인들에게 반환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에서 '지연 이체 서비스'를 활용하면 착오송금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연 이체 서비스'는 온라인 거래 시 이체 버튼을 눌렀어도 3시간 이내 취소 버튼을 누르면 거래가 무효화되는 서비스다.
또 서울 시내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착오송금된 돈을 수취인이 함부로 쓰면 횡령죄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수취인 역시 '모르는 돈'에 대해서는 번거롭더라도 반환 요청을 받으면 돌려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