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대표 주도 B2C 강화, 2023년 영업익 1000억 목표
롯데푸드는 재계 5위이자 국내 최대 유통그룹인 롯데의 대표 종합식품기업이지만 장기간의 실적 정체로 존재감이 줄었다. 하지만 이진성(52) 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그간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정간편식과 성인영양식, 비건 등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로 확장하면서 체질 개선과 함께 반전을 노리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나서면서 ‘뉴(New) 롯데푸드’로서 그룹은 물론 식품업계에서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강점: 식용유지 독보적 1위…수익성 점진적 개선
롯데푸드는 유지와 육가공, 빙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종합식품기업이다. 특히 국내 식용유지(가공유지·일반식용유 포함)시장에선 40%를 웃도는 점유율로 독보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일평균 850톤(t)가량의 유지를 생산하고 대두유·팜유 등 원유 소싱도 연간 20만t에 달한다.
유지사업은 특성상 B2B 비중이 높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외식시장이 위축되자 롯데푸드 역시 타격이 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유지·식품(식자재 포함) 매출은 3564억원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동기엔 3313억원으로 7%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이진성 대표 체제로 바뀌고 고부가가치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올 상반기엔 3448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추세다. 영업이익에선 2019년 222억원에서 올 상반기 23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 각광 받는 친환경 유지소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관련 제조설비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 같은 신시장 개척으로 중장기적으론 유지사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롯데푸드는 유지·식자재뿐만 아니라 빙과, 육가공 등 사업 전반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8707억원으로 지난해 8498억원 대비 2.5% 늘었고, 영업이익도 26.3% 성장한 3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보다 11.4% 증가했다. 대상과 오뚜기 등 경쟁사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진성 대표 주도의 ZBB(Zero Based Budget, 제로 베이스 예산) 프로젝트를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차근차근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육가공 부문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비용 축소와 생산성 개선 활동으로 78억원을 절감했다. 올해엔 사업 전반으로 수익성 회복을 꾀하면서 550억원의 영업이익이 목표다. 지난해보다 24%가량 상향 조정했다. 나아가 2023년엔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잡고 내실 성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겠단 의지를 곧추세웠다.
◆약점: ‘롯데’에 걸맞지 않은 낮은 존재감
롯데푸드는 국내 최대 유통그룹이자 재계 5위 롯데의 대표 식품기업이지만 그간 국내 식품업계에서의 위상은 그룹의 존재감과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실적 면에선 정체기가 꽤 길다보니 입지가 줄어든 탓이 크다. 최근 5년간 경쟁사들이 매출 2조~3조원대로 성장을 지속하는 반면에 롯데푸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2018년(1조8108억원)을 제외하곤, 1조7000억원대에 계속 머물렀다. 주력인 유지·식자재 등의 B2B 사업 편중이 크다보니 외부 환경에 따라 휘둘리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푸드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은 5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집밥 소비 확산으로 경쟁사들 대부분은 역대급 실적을 올렸으나 롯데푸드는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외식·식자재 시장의 위축과 함께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난 가정간편식(HMR) 사업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롯데푸드는 일찍부터 간편식 사업 규모를 키운 CJ·동원 등 경쟁사의 실적 잔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식품시장 트렌드 변화에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선 그룹 내에서도 질타가 나왔었고 수장이 바뀐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회: 간편식 집중 투자로 경쟁력 확보 기대
이진성 대표는 B2C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재도약을 엿보고 있다.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엑셀러레이터 대표를 다년간 겸임했던 이 대표는 그룹 내에선 전략통으로 알려졌다. 2009년 롯데로 오기 전엔 동원F&B와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룹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은 이 대표는 롯데푸드의 실적 도약이라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을 받고 야전으로 나왔다.
이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먹거리는 가정간편식과 성인영양식, 비건 등으로 압축된다. 그는 올 1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도시락·샌드위치 등을 담당한 델리카 사업부를 마케팅 본부에 편입시켜 간편식 사업을 확대했다. 델리카사업부는 밥을 짓는 최첨단 ‘취반기’ 등의 설비와 ‘밥 소믈리에’ 전문가를 보유하며 메뉴 개발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췄다.
5월부턴 김천공장에 확충된 간편식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다. 총 930억원의 투자로 기존 2층에서 3층 규모로 생산동을 새롭게 증축하고, 생산규모(CAPA)도 30%가량 확대됐다. 증축 이후 첫 간편식 신제품 ‘쉐푸드(Chefood) 등심 통돈까스’를 최근 출시했고, 그간 ‘쉐푸드’와 ‘라퀴진’으로 달리 운영됐던 간편식 브랜드를 쉐푸드로 통합·리뉴얼하는 등 간편식 경쟁력을 차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간편식 매출액 목표치를 전년보다 19% 높인 2410억원으로 잡았다. 중장기적으론 비비고·양반 등 경쟁 브랜드 못지않은 인지도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닥터액티브’를 앞세운 성인영양식 사업은 소비 세분화에 맞춰 제품군을 늘려 올해 매출 50억원, 2025년까지 3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생애주기별 맞춤 제품을 개발·육성해 분유를 비롯한 기존의 영유아식품부터 향후 실버푸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4월 식품대기업에서 가장 먼저 생산에 돌입한 비건푸드 ‘제로미트’는 한식·양식 등 카테고리를 다양화해 국내 비건푸드 시장을 선점하겠단 계획이다. 국내 식품대기업 중 자체적으로 비건푸드를 개발하는 경우는 아직 롯데푸드 뿐이다. 그만큼 제조 역량에선 자신이 있는 분야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성인영양식 부문은 그룹이 인수한 보바스 병원과 추진 중인 실버타운 사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비건사업은 가정용 외에도 B2B 대체육 제품군으로 확대해 사업 규모와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기: 뒤늦은 HMR 공략…가치소비 마케팅 강화
롯데푸드는 B2C와 가장 맞닿은 간편식 사업에 투자가 활발하지만 관련시장을 선점한 CJ와 동원, 오뚜기 등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가 재도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에서 내년엔 5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최근 육가공·유가공 마케팅 부문장에 CJ제일제당 출신의 김국화 상무를 영입한 것은 육가공을 중심으로 간편식 전반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김국화 부문장은 CJ의 해찬들·백설 브랜드 리뉴얼과 비비고 국물요리, 고메 상온 간편식 등의 마케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엔 돼지고기를 유통하는 식육사업 부문을 올 연말까지만 진행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푸드의 식육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1965억원으로 전체의 11% 정도를 차지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확산과 관련시장의 경쟁 과열로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접기로 한 것이다. 수익성 개선 목적도 있다. 이 대표는 식육사업 철수에 따라 간편식과 비건, 성인영양식 등 미래 먹거리에 더욱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롯데푸드는 이와 함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로 차별화를 꾀한다.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가치소비(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만족도 등을 따져 소비하는 성향) 확산에 따라 친환경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이달 초 ESG 위원회를 공식 설치했다. 앞서 7월엔 ESG 실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팀도 배치했다.
지난 추석 때 캔햄을 비롯한 전체 선물세트 포장재의 플라스틱 전면 퇴출과 380여대 규모의 친환경 전기차를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하는 등 ESG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기업 이미지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