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영업익 줄고 오리온 매출 뒤지며 제과 왕좌 탈환 '난항'
이달 하순 임원인사 예고, 떨어진 존재감 속 총수와의 신뢰 관건
취임 4년차인 민명기(60·사진) 롯데제과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제과업계 1위 자리를 내주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육성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했지만 기대엔 다소 못 미쳤다. 일각에선 이달 하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예고된 가운데, 민 대표 자리는 위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올해도 제과 왕좌 탈환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롯데제과는 오리온과 국내 제과업계 ‘톱(Top)’을 다투고 있다. 양사 모두 국내외에 다수 법인과 공장을 운영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2019년엔 롯데제과가 2조930억원의 매출(연결기준)로 오리온(2조233억원)을 앞섰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쳤던 지난해엔 롯데제과 매출이 전년보다 170억원 줄어든 2조760억원에 그친 반면 오리온은 10%가량 성장해 역대 최고 매출인 2조2298억원을 달성해 왕좌가 뒤바뀌었다.
롯데제과의 올 3분기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난 1조5968억원이다. 같은 기간 오리온은 1조7290억원으로 1300억원 가량 더 많다. 매출 성장세도 롯데제과보다 높은 4.6%다. 영업이익에선 롯데제과 956억원, 오리온 2712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다만 롯데제과는 영업이익 증감률에선 4.4% 늘면서 마이너스 성장한 오리온(-6.8%)보단 우위다.
민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일단 맞수인 오리온보다 수익성을 끌어 올렸지만 이는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롯데제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41.0% 급증한 259억원으로 출발이 좋았다. 하지만 2·3분기엔 각각 -2.5%, -6.0%로 수익성이 뒷걸음쳤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컸다”면서도 “온라인과 빙과 실적 개선으로 누적 영업이익은 성장세”라고 설명했다.
◆대표 히트작 없이 뼈아픈 마이너스 성장
민명기 대표는 지난해 그룹 임원인사에서 주력 식품·외식 계열사 중 유일하게 생존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 롯데GRS는 수장을 교체하고 사업 다각화와 미래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섰다. 롯데제과와 함께 그룹 식음료 사업을 주도하는 롯데칠성의 올 3분기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8.9%, 73.9% 성장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상·하반기 VCM(사장단회의)을 통해 각 사업 1위가 되기 위해선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CEO를 중심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과 강력한 실행력, 혁신 기반의 재도약,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 등을 주문했다.
민 대표는 이에 맞춰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메가브랜드 육성에 나서는 한편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에 힘을 실어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에선 관련 실적에서 알 수 있듯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롯데제과의 포트폴리오는 껌·스낵·초콜릿 등 건과 비중이 전체의 약 63%를 차지한다.
민 대표는 수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에 건과영업본부장을 맡았다. 자일리톨 껌과 꼬깔콘, 빼빼로, 가나 등 장수 스테디셀러가 전체 매출을 주도하는 가운데 올 들어 이들 못지않은 히트작이 보이지 않는 점은 민 대표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제2의 꼬깔콘’으로 키우겠단 ‘에어베이크드’는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첫 달 만에 25억원어치가 판매되며 출발은 좋았다. 이후 제품을 4종으로 늘리고 수출 계획도 밝히며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육성하겠단 의지가 컸다. 하지만 올 들어 9월까지 매출은 90억원으로 출시 초기와 비교해 기대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다.
경쟁사인 오리온의 경우, 지난해 9월 출시한 ‘꼬북칩 초코츄러스’가 1년 만에 국내외서 인기를 끌며 3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선보인 ‘콰삭칩’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200만봉, 매출액 20억원을 넘었다. 또 다른 신제품 ‘오!구마’와 ‘고추칩’은 각각 출시 6주와 두 달간 판매량 100만봉을 돌파했다. 롯데제과 히트상품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지난 6월 출시한 ‘칙촉 시크릿’은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봉을 판매했고 지난해 선보인 ‘크런키 빼빼로’도 안착하며 9%가량 빼빼로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또 올 5월 ‘방탄소년단(BTS)’을 자일리톨 모델로 발탁했다고 발표했다. 민 대표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국내 껌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확실한 수익원인 자일리톨의 붐 업(Boom up, 급등)을 위해 마케팅에 크게 투자했다. 하지만 BTS 마케팅도 장기 침체한 껌 시장을 이겨내진 못했다. 실제 껌을 포함한 롯데제과의 올 3분기 누계 건과 매출(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4.0%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76억원 감소했다.
◆신성장동력도 활기 잃어…교체 가능성 대두
민 대표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건강기능식품 사업도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성인용 단백질 ‘헬스원 초유프로틴365’다.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8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었지만, 올 들어 관련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3분기 누계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5% 줄어든 183억원에 그쳤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가 컸던 해외법인 경영실적은 회복세를 보였다. 롯데제과는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벨기에, 인도 등지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올 1~3분기 누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7%, 4.4% 늘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증감률과 비교하면 성장 폭은 낮다.
관련업계에선 민 대표가 올 들어서도 존재감을 부각시킬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단 얘기가 새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발표가 임박한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 대표에겐 그룹 인사시기를 감안할 때 2·3분기 때 확실한 퍼포먼스(성과)가 필요했다”며 “적지 않은 경영연차와 재계 전반의 세대교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인사 가능성도 있겠지만, 결국은 총수와의 신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