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3~4세 시대가 열렸다. 이들은 무게를 잡던 아버지 1~2세 때와는 전혀 다른 디지털 경영으로 무장했다. 당장 사람부터 바꿨다. 모든 그룹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전면에 포진시켰다. 특히 오너가 MZ세대에 속하는 총수 동생‧친지들과 자제들이 올해 주요 요직을 차지하거나 수면 위 등장을 예고했다. 1980년대생 밀레니엄 대표이사 사장부터 1990년대 중후반 태생의 Z세대 신입사원까지 눈에 띄는 MZ세대 오너가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1980~2000년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 기업의 미래경영 중심으로 부상 중인 MZ세대 오너가들을 파악하고 그들의 행보를 전망했다. 또 IT포털‧게임사들이 어느 업종보다 빠르게 선택한 MZ세대 최고 전문경영인들의 미래를 미리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IT(정보통신기술)·게임업계의 1980년대생의 바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각각 81년생 인수·합병(M&A) 전문가와 88년생 AI(인공지능) 개발자를 CEO(최고경영자)로 내세워 국내외 신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는다. 게임업계선 펄어비스, 컴투스, 라인게임즈는 각각 80년, 83년생 경영·기획통을 CEO로 전진 배치해 재도약을 노린다. 게임사는 이들을 선봉장으로 글로벌 신작 공략을 강화한다.
◇네이버- MZ 경영진 앞세워 글로벌 ‘승부수’
네이버는 올해 MZ세대 리더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집중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1981년생 최수연 글로벌 사업 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 또 AI 개발을 총괄하는 정민영 책임리더(86년생)를 비롯해 노상철(81년생)·박찬훈(80년생) 책임리더 등 MZ세대 임원진은 최 내정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웹툰, 커머스, AI,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등 주요 사업의 글로벌 경영 체계 구축과 사업 확장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최 내정자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M&A를 다룬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직속 조직 글로벌사업지원팀에서 해외사업 지원과 투자·인수합병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을 맡아왔다. 네이버는 MZ세대 경영진으로 올해 해외경영을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
◇카카오- 신사업일수록 더 젊게…‘도전 DNA’ 심는다
카카오는 ‘도전 DNA’를 심는 작업을 목적으로 신사업을 키우는 AI 분야 조직에 1988년생인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를 내세웠다. 카카오는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AI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카카오의 초거대 AI모델 ‘KoGPT(코지피티)’와 ‘minDALL-E(민달리)’ 개발을 주도했다.
올해 김 대표는 헬스케어와 교육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카카오는 1990년생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더해 1980년생 듀오 배재현-이성호를 각각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앉혀 사업 방향뿐만 아니라 재무와 투자의사 결정에서도 젊은 목소리를 반영한다.
◇게임업계- 신바람 김대일·이주환·김민규, 신작 '새 도약'
게임업계 젊은 수장으론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과 정경인 대표, 컴투스 이주환 대표,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 등이 꼽힌다.
펄어비스 김 의장과 정 대표는 1980년생 동갑나이로 펄어비스를 한층 더 새롭게 만들어 갈 예정이다. 창업주 김 의장은 자체개발 엔진과 검은사막 타이틀로 성공의 토대를 쌓았다. 2016년 합류한 정 대표는 경영을 안정화시켰다. 지난해 펄어비스 시가총액은 9조원을 넘겼다. 이들은 올해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진출과 신작 붉은사막으로 더 큰 도약을 꾀한다. 특히 붉은사막은 김 의장이 직접 개발을 진두지휘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주환 컴투스 대표도 1980년생이다. 게임빌 게임기획실장, 컴투스 제작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중순 오너가 송재준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직에 올랐다. 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게임제작 전반을 총괄한다. 특히 신작 준비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도 힘을 싣는다. 첫 발은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이다. 이 게임엔 블록체인과 NFT(대체불가토큰) 등이 접목될 예정이다.
라인게임즈를 이끄는 김민규 대표는 1983년생으로 게임업계서도 가장 젊은 대표에 속한다. 김 대표는 2011년 라인게임즈 전신인 넥스트플로어를 설립해 모바일 게임 ‘드래곤 플라이트’를 흥행시켰다. 그는 올해 ‘재미’에 집중한 신작 게임을 선보인다. 핵앤슬래시 액선 RPG(역할수행게임) ‘언디셈버’를 비롯해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