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시장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QD-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별도 공개행사도 없이 사전판매에 나선 것.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OLED TV를 전면에 내세우긴 힘들지만 시장선도 이미지를 가지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 OLED TV 등 올해 TV 라인업 사전 판매에 돌입했다.
이번에 사전 판매하는 OLED TV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한 자발광 디스플레이 ‘QD-OLED 패널’을 적용한 제품이다. 4K 화질에 55형과 65형이며 출고가는 각각 2199달러, 2999달러다. 정식 출시일은 내달 중이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OLED TV를 4월 14일까지 받아보세요.(Get it by Apr. 14)’라고 안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두 가지 OLED TV 라인업으로 LG전자 진영이 선점한 OLED TV 시장에 발을 내딛은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방식은 이례적이다. 프리미엄급 또는 전략 제품의 경우 공개행사를 열고 소비자의 이목을 모은 뒤 출시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연초 CES 2022 기간 진행된 ‘삼성 퍼스트룩’에서 올해 TV 라인업을 선보였지만 OLED TV는 소개하지 않았다. 오는 30일 ‘Unbox & Discover 2022’가 예정됐지만 OLED TV 공개여부는 불확실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OLED TV를 전면에 내세우기엔 수량과 라인업이 부족했다는 해석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능력은 최대 연 100만대며 수율을 고려하면 60만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화질은 4K, 디스플레이 크기는 65인치가 최대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프리미엄 제품인 QLED TV는 지난 한해 943만대(옴디아 조사기준)가 판매됐다. 올해 NEO QLED TV 4~8K 라인업도 총 17종에 달한다. QLED가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2종의 OLED TV가 이어받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특히 OLED TV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QD-OLED 개발비 등 초기투자비용을 만회할 정도로 가격을 높이긴 힘들다는 뜻이다. 옴디아가 지난해 3분기 실적 기반으로 예상한 ‘4K OLED 크기별 평균판매단가(ASP)에 따르면, 60~69인치 제품의 경우 2019년 2590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2135달러로 내렸고 올해 1874달러, 내년 1423달러로 하락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QD-OLED TV 사전판매에 나선 건 QD-OLED TV 진영에 합류한 소니를 의식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소니는 올해 초 열린 세계최대 IT·가전전시회 CES2022에서 ‘브라비아 A95K’로 대중에 QD-OLED TV를 최초 공개했다. 브라비아 A95K는 오는 6월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량이 적고 라인업도 갖춰져 있지 않는데 전략제품을 변경하는 건 부담이 크다”며 “네오 QLED에 최고의 TV라는 네이밍을 달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가 QD-OLED TV ‘최초 공개’ 타이틀은 늦었지만 출시부분에선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