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롯데가 혁신의 기지개를 켜며 그룹 미래를 위한 ‘빌드업(Build-up, 플레이를 만드는 방식)’에 속도를 낸다. 유통 왕좌 롯데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신세계 등 경쟁사와 달리 행보가 다소 잠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헬스케어 등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뉴 롯데(New LOTTE)’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는 3회에 걸쳐 뉴 롯데를 위한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 주력인 유통 혁신의 청사진, 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식품·외식 사업의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신동빈 회장, 로드맵 새 판 짰다
②혁신 통한 ‘유통 NO.1’ 재건 정조준 ③모태 식품사업, 퀀텀점프 '기지개'
롯데그룹 모태인 식품사업에서 ‘퀀텀점프(비약적인 도약)’를 위한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간 초대형 합병이 성사되고 롯데칠성음료의 실적 반전이 이뤄지면서 사업 전반에 활기가 돌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롯데GRS(지알에스)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활발한 공간 투자로 외식 부문에서 성과를 보여줄 방침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식품 계열사들은 올해가 재도약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강조한 ‘1등’과 ‘혁신’, ‘미래성장동력’에 초점을 맞춘 체질개선과 경영전략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식품HQ(헤드쿼터) 총괄대표로 이영구 당시 식품 BU(비즈니스유닛)장을 선임했다. 이 총괄대표는 롯데제과 대표도 겸직한다.
롯데 주요 식품 계열사(상장사 기준)에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가 있다. 롯데지주에 편입된 롯데GRS는 외식사업을 전담한다. 롯데제과는 2018년부터 4년간 회사를 이끈 민명기 대표가 기대에 못 미친 실적으로 지난 인사 때 교체됐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 롯데GRS는 인사 칼날을 빗겨가면서 각 수장들은 올해로 경영 2년째를 맞고 있다.
신 회장은 식품사업에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제과는 그룹의 뿌리 기업이다. 창업주이자 신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 설립을 계기로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현재 롯데의 식품 상장사 중 신 회장이 사내이사로 등록된 곳은 롯데제과가 유일하다.
롯데제과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 것과 동시에 롯데푸드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5월27일(예정)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 합병이 완료된다. 롯데제과가 존속 법인으로서 롯데푸드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양사 매출 규모는 3조7000억원(지난해 연결기준)을 웃돌면서 단숨에 국내 식품 상장사 톱(Top)2로 발돋움하게 된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각각 ‘미래성장을 위한 혁신’과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했다. 지난해 상반기 VCM에선 1위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강조했다. 이번 합병은 ‘1위 롯데’를 강조한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롯데 식품사업은 이영구 총괄대표 주도 아래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양 축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합병 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각각 국내 식품 상장사 매출(지난해 연결기준) 11위, 15위 수준으로 재계 5위라는 그룹 위상과 비교했을 때 브랜드 파워가 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과·빙과 중심의 롯데제과는 유지·가정간편식(HMR)·육가공·유제품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전 생애 주기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메가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빙과시장 1위 탈환을, 중장기적으로는 실버푸드·노블푸드(신소재 활용 식품)와 같은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양사 통합법인을 이끌 이영구 총괄대표는 지난 3월 롯데제과 주총에서 “전 사업 부문에 ‘Health & Wellness(헬스&웰니스)’ 기반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미래성장모델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사업 확장을 꾀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능성’과 ‘제로(0)’, ‘에코(Eco)’를 핵심 키워드로 밀고 간다. 최근 식이섬유를 첨가한 ‘칠성사이다 플러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탐스 제로’ 등의 신제품이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MZ세대 타깃의 면역 전문 브랜드도 예고하는 등 기능성 음료시장 선점으로 신 회장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겠다는 생각이다.
롯데리아·엔제리너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GRS의 차우철 대표는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게 시급하다. 차우철 체제로 바뀐 지난해 롯데GRS 매출은 6757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고 영업손실 폭도 같은 기간 196억원에서 257억원으로 더 커졌다.
차 대표는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반영해 지난해 스마트 스토어 콘셉트의 롯데리아 홍대점, 엔제리너스 엘리먼트·타임빌라스·아일랜드점 등 특화매장을 잇달아 출점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스’를 매각했다. 올해 특화 매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려 실적 반등을 하는 게 차 대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