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은행권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새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열린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은행권을 겨냥한 법안이 대거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다수는 ‘이자 장사’를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규제 강화보다 개혁이 필요하다”며 부담스러운 눈치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은행법 관련 발의 법안은 9건이다. 이 가운데 7건은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과 금리인하요구권 확대 등을 다루고 있다.
은행법뿐만 아니라 하반기 발의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중에서도 3건은 은행 금리와 연관됐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은행 이용자에게 이자율 산정방식과 근거를 설명해 금리인하를 유도하는 ‘금리폭리방지법’을 이번 정기국회의 민생경제 입법 과제로 선정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각계에서 은행의 이자 장사를 줄곧 지적해온 가운데, 국회도 다수의 법안 발의를 통해 압박하는 모습이다.
법안을 살펴보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이자율 산정 방식과 산정 근거가 되는 담보·소득 등 중요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설명해야 하는 규정을 법률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은행의 대출가산금리 공시를 법률사항으로 확고히 하고, 가산금리의 산정과 밀접한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 세부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은행이 대출자에게 제공하는 대출계약서에 이자를 산정할 때 근거로 삼은 소득과 담보에 관한 정보를 명시하고, 이자율 산정 과정까지 담아야 한다는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모두 대출 거래 시 정보보유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은행이 함부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조정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나왔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에서 금융소비자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이 있음을 정기적으로 알리는 내용을 제시했고,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출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은행이 알아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시행해야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금융회사가 차주의 신용등급 개선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에 따른 금리 인하 의무를 부여했다. 현행 제도는 홍보 부족과 은행별 충족 요건의 차이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도 금융당국이 은행의 금리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도 두 건 발의됐다.
정치권의 압박에 은행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대출금리 산정 과정 공시 등은 은행의 영업비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금리 상승기에 소비자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규제 강화보다는 개혁에 보다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