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⑫] 윤송이 엔씨 사장…AI·ESG 선도 '팔방미인'
[원더우먼⑫] 윤송이 엔씨 사장…AI·ESG 선도 '팔방미인'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2.11.02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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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CSO로 엔씨 합류, 'AI조직 신설' 기술개발
재단 이사장, ESG위원장 겸직, 지속가능경영 모색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로 단언했다. 실제 최근 경제·산업계에선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남성의 강력한 카리스마 경영이 아닌 협업을 중시하는 여성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기업 경영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경제인은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드높였다. <신아일보>는 여성기업인들에게 경영능력을 전수 받기로 했다. 연중기획 ‘원더우먼’ 코너를 마련, 경제계 전체에 전파할 계획이다. 국내 대표 여성CEO를 조명하고 그들의 유연한 경영능력을 습득하는 시간이다./ <편집자 주>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사진=엔씨소프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사진=엔씨소프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게임사를 넘어 지속가능경영을 이끈다. 사회공헌과 ESG 경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 인공지능(AI) 기술영역으로 사업영역 확대도 지원한다. '팔방미인'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윤송이 사장을 주축으로 ‘브랜드 개선’과 함께 ‘새 사업영역 개척’에 나선다.

김택진 엔씨 대표의 아내인 윤 사장은 과거 드라마 ‘카이스트’ 내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04년 29세에 SK텔레콤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됐고 2008년 김 대표와 결혼하며 엔씨에 합류했다. 엔씨에서 윤 사장이 맡은 역할은 최고전략책임자(CSO)다. 게임개발사에 머물던 엔씨의 발전방향을 고민, 실천하는 자리다.

윤 사장이 CSO에 오르며 처음 꺼내든 카드는 ‘AI’다. 사회는 물론 게임·IT업계에서도 AI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단 시절이다.

윤 사장이 2011년 주도한 AI TF(태스크포스)는 이듬해 AL 랩 조직을 거쳐 현재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 센터로 발전했다. 센터 산하엔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 등 5개 랩(Lab)에서 200여명이 기술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현재 엔씨는 AI 기술로 게임 개발과정을 돕거나 자동번역 등을 적용, 타 업종으로 사업확대를 추진한다. 지난 2020년엔 KB증권과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에 각각 300억원씩 출자해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설립했다.

윤 사장은 AI 관련 직책을 맡지 않았지만 측면에서 지원 중이다. 2019년부터 공식 블로그, 칼럼, 외교 행사 등 기회가 있을 때 마다 AI 기술 관련 화두를 던지고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지난 2019년 열린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 한국 대표연사로 참여해 AI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지난 2019년 열린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 한국 대표연사로 참여해 AI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지난 2019년 12월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한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 외교 행사에서 유일한 한국 대표연사로 참여해 AI 기술의 중요성을 알렸다. 업계에선 윤 사장이 국제 외교 행사에서 여성리더로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는 평가다.

윤 사장은 미국 스탠포드대학 인간 중심 AI연구소(HAI) 자문 위원도 맡고 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 창업자, 제프 딘 구글 AI 책임자 등이 자문위에 참여 중이다. 자문위원들은 미래 AI사회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개발·교육·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낸다.

윤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AI 프레임워크(Framework)’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윤 사장은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글로벌 석학들과 토론하며 AI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윤 사장은 엔씨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사회공헌과 ESG경영을 주도한다. 그는 2012년 설립된 NC문화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겸직 중이다. 엔씨 창립 15주년을 맞아 시작된 NC문화재단은 엔씨의 경험과 역량으로 사회에 공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목표는 미래세대인 어린이·청소년들의 창의력 증진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학교·집이 아닌 제 3의 공간에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만드는 ‘프로젝토리’다.

윤 사장은 최근 NC문화재단 창립 10주년 콘퍼런스에서 “AI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단순 지식으로 반복적인 것 보다 사람이 창의성을 가지고 만들어 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특히 창의성은 소외계층에 더더욱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창의성 교육을 받고 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인식을 확장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엔씨웨스트 실적추이.[그래픽=정지윤 기자]
엔씨웨스트 실적추이.[그래픽=정지윤 기자]

윤 사장은 수년 새 산업계 전반에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엔씨는 지난해 3월 게임업계에선 처음으로 ESG경영위원회를 설립했다. 윤 사장은 위원장을 겸직하며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엔씨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제공하는 ESG 평가모델(MSCI ESG Rating)에서 A 등급,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 평가에서 종합 등급 A를 받았다.

엔씨의 브랜드 개편도 윤 사장 주도로 실시됐다. 2019년 브랜드 담당 조직을 신설해 기업로고·웹사이트 리뉴얼 등 다양한 브랜딩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듬해 탄생한 신규 CI 디자인은 게임회사에서 수준 높은 디자인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CI는 △개발에서의 ‘장인정신’과 ‘열정’ △‘도전정신’ △새로운 세계로의 ‘연결’이라는 가치를 담았다. 같은 해 엔씨의 브랜드컬러를 정비했고 판교 R&D 센터 로비 리뉴얼과 기업가치를 담은 공식 웹사이트, 소셜미디어도 공개됐다.

윤 사장은 “신규 CI 리뉴얼의 목표는 창사 초기부터 지향해 온 ‘혁신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면서 엔씨라는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혁신을 추구하는 엔씨 고유의 기업정신이 시간이 흘러도 변치않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로써 ‘현재와 미래를 잇는 창’이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북미법인 엔씨웨스트 홀딩스 대표도 지난 2012년부터 겸직 중이다. 엔씨 글로벌화 선봉장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10년 간 경영에도 윤 사장의 글로벌화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엔씨웨스트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1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245억원을 올리며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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