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수집에 사고수습은 뒷전?… 경찰 내부문건 논란
정보수집에 사고수습은 뒷전?… 경찰 내부문건 논란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1.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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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정부 책임론 부각 조짐’·언론 보도계획 등 담아
尹대통령 엄정처리 지시… 행안장관·경찰청장 경질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부실 대응과 여론 동향 정보수집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할 경찰이 시민단체 분위기와 언론 보도계획 등을 수집한 ‘문건’이 폭로되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일 SBS가 공개한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에 따르면 ‘특별취급’이라고 적힌 문건에는 주요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을 비롯해 일부 진보성향 단체의 반발 분위기에 주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건은 대외 공개와 다른 기관 전파를 금지한 데다 참사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해 이상민 장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뒤늦은 사과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내린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문건 중에는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라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거나 지난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올해를 비교하는 카페 글·카카오톡 지라시를 공유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이라고 쓰며 정부 규탄 움직임을 주시했다.

여성단체의 동향도 담았다. 문건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망자 중 여성이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앞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다뤘다. ‘정부 책임’ 보도량이 30일 0시∼오후 1시 9건에서 오후 1시∼8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분석하는가 하면 시사프로그램들이 심층보도를 준비 중이라고 우려했다.

조속한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에 나서야할 경찰이 자신과 정부를 향한 비난에만 신경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사고 당일 녹취파일까지 공개되며 여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책임자 경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약 1시간동안 위급성을 알리는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경찰은 2건만 소방당국에 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신고는 출동이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후 8시33분 접수된 신고에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져 사고 날 것 같아 위험하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의 늑장대처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장 등 책임자에 대한 경질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112 신고에 대한 미흡한 대응을 보고 받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