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도 이젠 안녕'…LG생활건강 차석용, 박수칠 때 떠난다
'매직도 이젠 안녕'…LG생활건강 차석용, 박수칠 때 떠난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2.11.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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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 18년째 지휘봉…LG그룹 '최장수 CEO' 역사
M&A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럭셔리 이미지 구축 일조
연매출 2006년 1조→2021년 8조…후진 양성 위한 용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사진=LG생활건강]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용퇴했다. 부임 18년 만이다.

LG생활건강은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정애 Refreshment(음료) 사업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최고경영책임자)로 내정했다.

이로써 2005년부터 LG생활건강을 진두지휘해오던 차석용 부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LG그룹 최장수 CEO의 기록도 18년째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차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미국 뉴욕주립대 경영학과(회계학 전공)를 졸업하고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인디애나대 로스쿨도 수료했다. 차 부회장은 P&G 한국총괄사장, 해태제과 사장을 역임했다. LG생활건강과는 2001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연을 맺었다. 2005년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되며 정식 합류했다.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대표가 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실적 경신을 이뤘다. 2006년 1조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8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단 1개 분기만 제외하고 66분기 연속 늘었다.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차 부회장의 M&A(인수합병)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 부회장은 부임 후 생활용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집중했다. △코카콜라음료 △더페이스샵 △해태htb(옛 해태음료) △바이올렛드림(옛 보브) △CNP코스메틱스 △존슨앤존슨 오랄케어 REACH Brand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권 △New AVON(미국 화장품업체) △피지오겔 아시아·북미 사업권 △로아코리아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티폭스의 보인카 △색조·뷰티 액세서리 브랜드 더크렘샵 등 성사된 M&A만 약 30건이다.

차 부회장은 화장품 브랜드의 럭셔리 이미지 구축에도 힘썼다. 차 부회장은 ‘후’·‘숨’·‘오휘’ 등 LG생활건강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했다. ‘후’는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메시지를 담은 마케팅을 펼쳤고 2018년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 중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또 중국과 북미, 일본 등 꾸준히 사업영토를 확장했고 디지털 접점·역량 강화에 공을 들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6.18 쇼핑축제’·‘광군제’ 등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주요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차 부회장은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2012년 LG그룹 외부인사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임원인사에서도 재신임을 얻으며 7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임원인사에서는 후진 양성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차 부회장 임기는 2025년 3월까지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차석용 매직’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가왔던 기회를 놓치지 않은 다방면에서 업적을 남긴 분”이라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