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결산-②현대중] 9위 정기선, '오너경영' 부활 예고편…'퓨처 빌더'
[10대그룹 결산-②현대중] 9위 정기선, '오너경영' 부활 예고편…'퓨처 빌더'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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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온전한 1년, 경영시험 최종전 통과…내년 판교서 '활짝'
지주사 사명변경·미래사업 성과…노사갈등, 풀어야 할 숙제

코로나19가 쓸고 간 2022년은 평온이 아닌 ‘공포’로 표현됐다. 오히려 경제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산업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졌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기업을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산업계는 ‘변화’로 대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위 기업 삼성전자는 회장시대를 다시 열며 재무장했고, 재계에선 1980년대생 3~4세 오너가 경영 전반에 등장하며 신사업으로 맞섰다. <신아일보>는 15일부터 2022년이 끝나는 그날까지 한국대표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결산한다. 10위부터 역순으로 매일 한 그룹씩 발표한다. 오늘(16일)은 9위를 차지한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이다./ <편집자 주>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해 그룹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해 그룹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올해 오너 경영 체제 부활 예고편을 찍었다. 정 사장은 올해 사장으로서 온전한 1년을 보내며 오너경영 시험무대 최종전을 치렀고 그 가능성을 보였다. 그는 그룹 창립 50주년인 올해를 기회로 잡고 미래 글로벌 비전을 직접 발표, 오너 경영 체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내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등 노사 갈등은 정 사장이 풀어야 할 장기적인 숙제로 남았다. 

15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올해 ‘정기선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자이자 7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올해 사장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며 3세 경영 시대를 각인시켰다.

특히 정 사장은 올해 오너 경영 체제 발판을 마련하며 그룹의 미래 사업 주도권을 쥐게 됐다. 당장 자율운항 시스템, 탈탄소 미래형 선박, 친환경 바이오 연료, 스마트 팩토리, 헬스케어 등을 첫 번째 목표로 잡았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국제무대에 데뷔,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래 비전으로 ‘퓨처 빌더’(Future Builder)를 제시했다. 정 사장은 “지난 50년 세계 1위 십 빌더(Ship Builder)로 성장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인류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퓨처 빌더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주사 전환, 미래 사업 가속화…판교 GRC서 R&D 역량 집중

정 사장은 미래 비전 제시 이후 지주사 사명을 바꾸며 비전 현실화를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3월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했다. 사명 변경을 통해 제조업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사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사명 변경 전부터 신사업 투자를 지속했다. 특히 지난 2020년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회사 아비커스를 설립해 지난해 국내 첫 선박 완전자율 운항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사내 벤처 1호 기업인 아비커스는 정 사장이 사업 현황을 직접 챙기는 등 특별한 애정을 갖는 계열사로 알려졌다. 아비커스는 올해 세계 첫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자율운항 대양 횡단, 세계 첫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수주 등 성과를 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해 그룹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월 미국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현대중공업그룹 프레스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해 그룹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이외에도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 조선업계 처음으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선박 풍력보조 추진 장치인 로터세일(Rotor Sail)의 독자모델 ‘하이로터’(Hi-Rotor)에 대한 설계승인 획득 △독자 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전기추진솔루션의 국내 첫 상용화 △미국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기업용 빅데이터 플랫폼 ‘파운드리’(Foundry) 전 계열사 도입 △연료전지를 대형선박에 적용하는 실증 사업 추진 △현대로보틱스의 국내 첫 대면 방역로봇 출시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5월 친환경·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분야별로 △스마트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과 스마트 에너지사업 분야 12조원 △친환경 R&D 분야 7조원 △디지털 분야 1조원 등을 투자한다.

내년에는 판교 시대를 열고 오너 경영 체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경기 판교에 건립한 글로벌R&D센터(GRC) 입주를 시작했다. GRC에는 연말까지 HD현대, 한국조선해양,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 총 17개사가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지속되는 노사 갈등…풀어야할 미래 과제

지속되는 노사 갈등은 정 사장이 풀어야할 미래 숙제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단협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가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동조합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3사의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이후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공동 파업은 취소됐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 49.94%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돼 2차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했다. 지난 15일 2차 합의안 찬반투표에서는 찬성 57.47%로 가결돼 가까스로 해를 넘기지 않고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다만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파업이 이뤄지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를 넘겨 임단협을 마무리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임단협 역시 파업 없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 사장은 “세계가 성장하는데 토대를 구축해 온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 50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다가올 50년은 세계 최고의 퓨처 빌더가 돼 더 지속가능하고 더 똑똑하며 더 포용적인,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성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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