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다량 보유하면 기업가치는 하락"
"자사주 다량 보유하면 기업가치는 하락"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02.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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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韓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제도 개선해야"
국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1992년 11월5일부터 2019년 11월 6일까지 이뤄진 자사주 매입공시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로 공시내용에 포함된 자사주 매입 목적을 분석한 결과다. (자료=한국한국증권학회지)
공시기준 자사주 매입 목적. (자료=한국한국증권학회지)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업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나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한국증시 저평가 유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2일 한국증권학회지의 '자사주 보유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김우진 서울대학교 교수와 임지은 한성대학교 조교수는 지난해 말 "자사주 보유가 많은 회사일수록 자사주 보유가 적은 회사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누구의 명의로든지 자기의 계산으로 자사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말한다. 

이 연구는 200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금융산업을 제외한 모든 제조기업 총 1860개사의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자기주식 보유 비중을 분석해 중앙값(2.4%)을 산출했다. 

이를 기준으로 연구진은 자사주 보유량이 많은 회사와 적은 회사로 그룹을 나눠 기업가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자사주 보유를 많이하고 있는 회사일 수록 기업가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빈의 Q(큐)'로 측정한 기업가치는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회사가 적은 회사보다 약 24%포인트(p), '시장-장부가비율'은 약 43%p 낮았다.

토빈의 큐는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의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인데, '시장-장부가비율'은 보통주의 주당 장부가격에 대한 시장가격의 비율을 뜻한다.

연구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많은 양을 보유하는 것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국내 기업 현실상, 자사주 매입이 바로 주주환원으로 연결되지 않고 앞으로 경영권 보호 등을 위해 재매각 될 가능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가 매입 즉시 시가총액에서 제외되지 않는 현재의 국내 관행상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매입에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소각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아울러 미국과 유사하게 매입 즉시 시가총액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활동이 있거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만을 추출해 자사주의 매입과 처분, 소각, 보유현황을 살펴본 결과,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 회사는 37.44%, 자사주 처분한 회사는 24.73%, 자사주 소각한 회사는 2.44%로 나타났다.

회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가장 큰 목적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제고(55.55%)였지만 실제 소각은 2% 내외에 불과했다.

연구진들은 "대부분 회사들은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와 공시된 자사주 매입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임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