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회장님'의 부지런한 간편식 도전…시장은 '갸웃'
'닭고기 회장님'의 부지런한 간편식 도전…시장은 '갸웃'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3.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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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식' 라면·즉석밥·국물·비빔면 다각화…새 브랜드 멜팅피스·챔라면 출시
사업 3년차 김홍국 회장 '프리미엄' 차별화 불구 후발주자 한계, 성과 '잠잠'
2021년 11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하림]
2021년 11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하림]

김홍국 하림 회장의 가정간편식(HMR) 신사업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닭고기’로 굳어진 그룹 이미지에 변화를 주면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선 후발주자인데다 고가 정책에 경쟁 플레이어가 많다보니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기엔 요원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관련 사업 적자도 지속된 상황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HMR 브랜드 ‘더미식’ 제품을 다각화하는 한편 ‘챔라면’, ‘멜팅피스’ 등 새로운 상품과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간편식 사업을 키우고 있다. 

간편식 사업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현재 하림지주가 100% 지분을 쥐고 있는 하림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최근 ‘더미식 비빔면’을 선보이며 팔도·농심·오뚜기 중심의 계절면 시장에 도전했다. 더미식 비빔면은 기존 더미식이 강조했던 것처럼 ‘육수’로 반죽한 면발, 10종의 과일·채소를 블렌딩한 ‘비법 양념장’을 앞세워 소비자 미식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제품은 현재 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에서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다. 판매가는 쿠팡 기준 4개입 6000원(배송비 제외), 편의점은 개당 1500원이다. 이 시장 1위 팔도비빔면, 2위권 농심 배홍동, 오뚜기 진비빔면과 비교하면 개당 20~30%가량 비싸다. 하림이 더미식을 ‘프리미엄’으로 브랜딩한 까닭이다. 

더미식은 2021년 10월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즉석밥, 요리밥, 밀키트, 국탕찌개, 칼국수에 이어 비빔면까지 카테고리를 다각화했다. 특히 더미식 장인라면과 즉석밥을 론칭할 때는 김홍국 회장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면서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실제 김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 소개 당시 앞치마를 두르고 라면을 끓였다. ‘즉석밥 2.0시대’를 표방한 더미식 밥도 직접 들고 나왔다. 둘 다 최고의 원재료와 하림의 높은 식품 R&D(연구개발) 수준을 자부하며 프리미엄 간편식을 지향했다. 

김 회장은 더미식을 향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금액은 그룹 주력인 닭고기 기업 ‘하림’의 지난해 매출액 1조3429억원(연결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하림은 길거리음식 콘셉트의 ‘멜팅피스’도 론칭했다. 튀김, 핫도그 등 대표 길거리음식을 2030세대 입맛과 취향을 반영해 셰프 레시피로 재탄생시킨 브랜드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튀김 7종, 돈까스 3종, 핫도그 3종으로 내놓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용량 제품과 달리 집에서 혼자 간식이나 안주로 먹기 좋은 소용량(300~600g)으로 차별화했다. 멜팅피스 가격대 또한 CJ·오뚜기·사옹원 등 경쟁사 대비 고가 전략을 고수했다. 

이 외에 닭가슴살 햄 제품 ‘하림 챔’과 라면을 조합한 ‘챔라면’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어느 마트에 진열된 더미식 냉동 국물요리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더미식 냉동 국물요리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김 회장은 다양한 상품군을 앞세워 올해 간편식 사업 3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성과는 미흡하다. 하림산업의 2021년 HMR 사업은 19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3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28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175억원 수준이다. 주력인 라면과 즉석밥이 경쟁사에 밀리며 목표했던 점유율에 크게 못 미친 영향 탓이다. 또한 하림산업 부채비율은 2021년 60.6%에서 지난해 110.6%로 두 배가량 늘었다.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98억원에서 110억원 수준으로 12.2% 증가했다. 

업계에선 하림이 최근 출시한 국탕찌개, 비빔면도 경쟁사인 CJ·오뚜기·동원·팔도·농심 등이 인지도는 물론 마케팅과 영업력 우세로 관련시장을 쥐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업황 특성을 감안할 때 김 회장의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기엔 장벽이 높다는 게 업계 주된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림 베스트셀러인 ‘치킨 너겟’의 경우 오랜 닭고기 노하우가 있으니 해당 카테고리에서는 입지를 다졌겠지만 라면, 즉석밥, 국물요리 같은 분야는 소비자들이 톱 브랜드의 맛·품질에 익숙하고 이들 또한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하는 만큼 후발주자가 불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같은 고물가시대일수록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쫓고 소비패턴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하림의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간편식 사업에 대해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우선은 제품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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