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오피스 자산으로 구성된 한화리츠가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돌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시작으로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화리츠는 한화손해보험의 여의도 사옥과 한화생명보험의 사옥 4곳 등 한화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오피스를 자산으로 한 오피스 리츠다. 규모가 큰 그룹 계열사가 대주주인 스폰서 리츠로 신뢰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꾀한 것이 특징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 첫날인 지난 27일 시초가 대비 7.96% 하락한 4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한화리츠는 이달 초 간담회에서 주요 투자 포인트와 앞으로의 성장 전략 등 청사진을 밝혔다. 특히 매년 4월, 10월 연 2회 반기 배당, 연 배당수익률 6.85%(공모가 5000원 기준) 등의 투자 매력을 어필하며 관심을 모았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선 총 54개 기관이 참여해 7.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0.53대 1의 초라한 경쟁률을 보이며 미달 사태를 겪었다.
이처럼 한화리츠가 상장 첫날부터 부진했던 원인으로는 최근 확대된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과 고금리 여파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꼽힌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미국 SVB 파산과 CS,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이슈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결정 탓에 부동산 시장도 더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화그룹의 핵심 자산인 △여의도 63스퀘어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등도 편입 대상에 빠진 점도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리츠 관계자는 “한화 금융계열사 사옥에서 발생하는 임대료가 배당자원이 되는 성격으로 시가 배당률은 되레 오를 수 있고 매크로(거시경제) 악재가 완화된다면 반등할 것”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한화리츠의 주가 조정 시 저가 매수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 하락과 관계없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연 배당률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리츠가 상장 첫날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날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한 삼성증권의 ‘삼성FN리츠’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우려가 가득하다. 반면 리츠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눈에 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리츠는 금리 변화에 따른 리츠 주가 변동성 확대, 스프레드(파생상품 간 가격 차이) 축소에 따른 투자 매력 하락 등을 이유로 투자하기 어렵지만 배당 안정성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