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KT 비상체제 돌입…박종욱 '지배구조 개선' 과제
'경영공백' KT 비상체제 돌입…박종욱 '지배구조 개선' 과제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4.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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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개월 경영공백, '최대한 단축 노력'
주주·야당 "정치권 낙하산 인사 안 된다"
KT 사옥.[사진=KT]
KT 사옥.[사진=KT]

KT가 대표이사 직무대행인 박종욱 KT 경영기획본부장(사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KT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경영을 정상화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권과 문제가 연계된 만큼 해법이 쉽진 않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본격 가동했다. 위원회 산하엔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성장 지속 TF(태스크포스)’와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을 수행하는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가 자리한다.

이중 관심은 ‘뉴 거버넌스 구축 TF’로 쏠린다. 박 집무대행이 사업방향에 대해선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말 임직원들에게 “‘성장지속 TF’ 중심으로 기존 결정된 경영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사업을 수행 하겠다”며 “KT 및 그룹사의 2023년 전략방향 및 경영계획은 확정돼 이미 실행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작업을 추진한다.

이들의 첫 임무는 사외이사 선임이다. 현재 KT 사외이사는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뿐이다. 앞서 이강철·벤자민 홍·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는 사퇴했고 재선임 대상이던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는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 당일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다만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는 한시적으로 KT 이사회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현행 상법상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최소 3인 이상의 사외이사를 둬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3인 이상이 안 될 경우 임기 만료 또는 사임한 이사가 한시적으로 직위를 유지한다.

KT는 새 이사회를 구성한 뒤 새로운 정관과 규정에 따라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주총회는 최소 2회 이상 열릴 예정이다.

박 직무대행은 “새 CEO 선임까지 5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면서도 보다 빠르게 KT 최적의 지배구조를 정립하고 새로운 경영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박 직무대행이 약속한 새 KT CEO 선출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속한 시일’ 내 ‘투명하고 공정하게’라는 조건은 서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내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선 현 정권 코드와 맞는 인사를 KT CEO로 내세우면 된다. 그러나 친정권 성향의 인사가 CEO 후보로 낙점되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또다시 휩싸이게 된다. 최대 과제인 정권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CEO 선출절차 확립이 요원하다.

소액 주주들은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한 정관 개정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유사 안건이 KB국민은행 주주총회에 상정됐지만 결국 부결됐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공기관이 아닌, 이미 민영화된 기업의 인사에 정부·여당이 개입하는 것은 ‘민간주도경제’가 아니라 ‘민간압박경제’”이라며 “KT의 경영진은 측근이나 공신을 챙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jangstag@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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