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사는 저마다 디지털 금융의 한 축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로 설정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금융거래 서비스를 언제쯤 선보일지는 미지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관련법의 적극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와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은 이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래 이용자를 선점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의 합성어다. 가상세계지만 현실세계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손안의 금융’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디지털 금융의 한 축이 될 정도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은행마다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은행 시스템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자체 구축했다. 시나몬은 금융존과 건강존, 아트존, 스포츠촌, 스토어 등으로 구성됐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제휴해 ‘하나월드’를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월드는 VIP 라운지와 영스페이스, 게임존 등이 갖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실제 가상 영업점 운영을 목표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바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용자 상담과 이체는 물론 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 검증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밖에도 NH농협은행은 ‘독도버스’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이며 독도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며, 우리은행은 올해 초 메타버스 전문 스사트업 기업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3차원(D) 기반 메타버스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NH저축은행은 ‘픽 뱅크 월드’, 애큐온저축은행은 ‘애큐온월드’, 웰컴저축은행도 ‘메타브랜치’ 등을 통해 메타버스를 통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권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용자 소통 강화와 미래 이용자 선점에 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17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조3009억달러까지 성장한다.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거래도 일상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 서비스가 현실화된다면 남녀노소 모든 고객이 불편하게 영업점을 찾는 일 없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금융권 목표가 단시간에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금융소비자를 대체한 가상공간 속의 아바타가 금융거래의 주체가 될 수 있냐는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금융거래는 실명제가 원칙이지만, 실제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여기에 유사수신행위법,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금융관련 개별법에도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 행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법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포괄할 수 있게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미래 서비스를 포섭하기 위한 네거티브 방향으로 유연하게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배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