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하림 1만원대 튀김 '멜팅피스'…아쉬운 포지셔닝
[내돈내산] 하림 1만원대 튀김 '멜팅피스'…아쉬운 포지셔닝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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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론칭 신사업 간편식 새 브랜드, 가심비·소용량 '차별화'
맛·품질 괜찮았지만 기존 시장·분식점 대비 경쟁력 확보 의문
멜팅피스 모둠튀김 내용물 개봉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멜팅피스 모둠튀김 내용물 개봉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하림’하면 자연스레 ‘닭고기’가 떠오른다. 김홍국 회장이 육계사업으로 시작해 유통, 해운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지금은 20위권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 2022년 기준)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그룹 신사업으로 ‘가정간편식(HMR)’을 낙점하고 ‘더미식’에 이어 코리안 스트릿푸드 콘셉트의 새 브랜드 ‘멜팅피스’를 지난달 론칭했다. 튀김, 핫도그 등 길거리음식을 프리미엄 냉동 HMR로 재탄생시키면서 간편식 포트폴리오를 또 하나 추가한 것이다. 

멜팅피스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튀김, 함박까스, 핫도그를 선보이고 온라인 채널 위주로 홍보하고 있다. 가정용 냉동튀김시장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기존의 식품대기업, 사옹원을 비롯한 숨은 강자에 마트 자체브랜드(PB)까지 경쟁 플레이어들이 무척 많다. 후발주자인 하림 입장에선 차별화가 필요했고 더미식과 비슷하게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고가 전략을 고수했다. 실제 네이버 공식 스토어 기준 멜팅피스 ‘모둠튀김(320g+떡볶이소스 80g)’ 가격은 1만원, ‘오징어튀김(350g+소스 80g)’은 1만2000원이다. 순대튀김, 떡튀김, 야끼만두는 7500~8000원 선이다. 혼자 간식 또는 안주로 먹기 좋은 소용량(300~600g)이다. 

하림은 고가 논란을 의식해선지 멜팅피스를 소개하면서 “식품철학에 따라 가장 신선하고 좋은 원재료로 제대로 만들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식품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멜팅피스 제품 개발팀과 실력이 뛰어난 셰프들이 공동 연구해 개발한 특별 조리법이 적용됐다”고 밝혔다. 

멜팅피스 모둠튀김 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멜팅피스 모둠튀김 제품. [사진=박성은 기자]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기 전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하기 전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멜팅피스 출시 직후 네이버 스토어에서 모둠튀김을 구매했다. 당시 프로모션 기간이라 운 좋게 배송비까지 할인 받으면서 6930원에 구매했다. 개봉해보니 만두튀김 3개, 오징어튀김 2개, 순대튀김 7개, 떡튀김 10개에 별도의 떡볶이소스가 동봉됐다. ‘에어프라이어’가 있어야 조리가 가능하다. 180도로 5분 예열 후 제품 5~6개를 약 8분간 조리하면 된다. 집에 있는 에어프라이어가 중간 정도 사이즈라 한 제품을 두 번에 걸쳐 조리했다.

적당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튀김을 맛봤다. 만두는 야끼만두 스타일로 일반 분식점과 별다르진 않았다. 떡튀김은 기대만큼의 쫄깃한 맛은 아니었다. 미니 사이즈의 순대튀김은 내 입맛에 약간 질겼다. 개인적으로 오징어튀김 식감이 가장 좋았다. 대신 단가가 비싼 탓인지 2개만 들었던 게 아쉬웠다. 

기존의 가정용 냉동튀김과 비교할 때 전반적인 맛, 품질은 뛰어난 편이다. 동봉된 떡볶이소스는 좋은 전략 같다. 개인적으론 ‘찍먹’을 선호하는데 곁들여 먹으니 훨씬 풍미가 좋았다. ‘부먹’으로 하기엔 내 입맛 기준 꽤 짜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량 면에서 성인 남자 기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여성 혼자서는 한 번에 충분히 먹을 만한 양이다. 보통 가정용 냉동튀김 카테고리가 대용량 또는 2개 묶음 상품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점이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튀김과 동봉된 떡볶이 소스. [사진=박성은 기자]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튀김과 동봉된 떡볶이 소스. [사진=박성은 기자]
떡볶이소스를 묻힌 멜팅피스 오징어튀김. [사진=박성은 기자]
떡볶이소스를 묻힌 멜팅피스 오징어튀김. [사진=박성은 기자]

이런 면에서 멜팅피스의 경쟁상대는 시중의 냉동튀김 간편식보다는 동네 분식점이 아닐까 싶다. 다만 집 근처 분식점 맛집에서 1만원 정도면 갓 튀긴 큼직한 오징어튀김 3개(4500원), 김말이·만두 각각 1개(총 1600원), 야채튀김 1개(1500원), 왕새우튀김 1개(2000원)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가격, 용량 등을 냉정하게 볼 때 비슷한 가격이라면 멜팅피스보다는 집에서 5분 거리 분식점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가성비·대용량 중심의 가정용 냉동튀김시장에서 멜팅피스의 포지셔닝이 아쉽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선호하는 일부 틈새 소비층은 공략할 순 있으나 과연 이들이 얼마나 멜팅피스를 자주 구매할지는 모르겠다. 집 근처 동네분식점은 많다. 멜팅피스가 이들을 이길만한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튀김을 프리미엄으로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를 얼마나 납득시킬 수 있을지 물음표다.  
 
하림은 올해 멜팅피스 매출을 50억원으로 잡았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판매 포인트를 소비자에게 꾸준히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적극적인 할인 프로모션 외에 딱히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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