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죽 1위 노린 CJ제일제당, 점유율 갈수록 '뒷걸음'
상품죽 1위 노린 CJ제일제당, 점유율 갈수록 '뒷걸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5.1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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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차별화 '비비고 죽', '동원 양반죽' 0.1%p 턱 밑 추격했지만
작년 40%대 무너지고 올 1분기 33.5%↓…'햇반' 편입 효과 역부족
어느 마트에 진열된 CJ제일제당의 상품죽 ‘햇반 소프트밀(구 비비고 죽)’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CJ제일제당의 상품죽 ‘햇반 소프트밀(구 비비고 죽)’ [사진=박성은 기자]

한 때 1위 턱 밑까지 쫓아갔던 CJ제일제당의 ‘상품죽’ 시장점유율이 뒷걸음질 치며 이 시장 1위 브랜드 ‘동원 양반죽’의 독주를 제대로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당시 동원 양반죽과 점유율은 겨우 0.1%포인트(p) 차이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 기준 11%p가량 격차가 벌어지면서 CJ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졌다.

16일 닐슨코리아와 CJ제일제당, 동원F&B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상품죽 시장에서 동원 양반죽 점유율은 44.4%, CJ제일제당 비비고 죽은 33.5%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 간 점유율 격차는 10.9%p다. 비비고 죽은 지난해 11월부터 ‘햇반 소프트밀’로 이름이 바뀌어 판매 중이다. 

햇반 소프트밀(구 비비고 죽)은 2018년 11월 첫 출시됐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즉석밥 ‘햇반’과 국물요리 ‘비비고’ 국탕찌개 등 차별화된 상온 HMR(가정간편식) 제조기술력을 상품죽에 적용하며 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특히 ‘상온 파우치죽’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국내 상품죽 시장은 원통 형태의 용기죽을 앞세운 동원F&B의 양반죽이 2001년부터 독주했다. CJ제일제당이 시장에 뛰어들기 전 오뚜기, 비락 등이 동원의 독주를 막고자 했으나 점유율이나 인지도에서 한참 뒤졌던 게 사실이다. 

CJ제일제당이 야심차게 내세운 햇반 소프트밀은 비비고 죽으로 출시 당시 상온 파우치죽이란 차별화 전략이 소비자에게 이른바 ‘먹히면서’ 론칭 1년5개월 만인 2020년 4월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연간 900억원대 매출로 메가브랜드급 반열에 오르며 새로운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동원도 상온 파우치 형태의 햇반 소프트밀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오르자 부랴부랴 용기죽만 고집했던 전략을 과감히 버리고 파우치죽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다. 실제 2021년 당시 동원 양반죽의 시장점유율은 41.8%, CJ 햇반 소프트밀은 41.7%로 겨우 0.1%p 차이에 불과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상품죽 판도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아울러 햇반 소프트밀 주도의 상온 파우치죽 판매가 크게 늘면서 국내 상품죽 시장 규모도 2017년 700억원대에서 2019년 1400억원대, 지난해 1700억원대(업계 추정)로 확대됐다. 

하지만 두 브랜드 간 점유율은 작년부터 조금씩 다시 벌어졌다. 동원 양반죽은 42.6%로 전년 41.8% 대비 0.8%p 상승한 반면에 햇반 소프트밀은 38.8%(1~4분기 합산 평균)로 2.9%p 하락했다. 두 브랜드 간 격차는 4%p가량 벌어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비비고 죽을 햇반 소프트밀로 변경하면서 비비고가 아닌 햇반 브랜드에 편입시켰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1위를 노렸던 상품죽이 더 이상 비비고로는 점유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더 크고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햇반 브랜드로 편입시킨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동원 양반죽과 CJ 햇반 소프트밀의 올 1분기 점유율 간격은 11%p가량 더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햇반 편입 전략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동원 양반죽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한 셈이 됐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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