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 전환…'소부장' 미래 신사업 육성 의지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비판…장선익 승계 방안 '눈총'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8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과의 형제경영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장 회장을 둘러싼 비판은 경영의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18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장세주 회장은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그룹 지주사 동국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장 회장은 고(故) 장경호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장상태 명예회장의 장남인 오너 3세 경영인이다. 1978년 동국제강 평사원으로 입사해 인천공장, 본사, 일본지사 등을 거치며 현장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2001년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15년여간 동국제강을 이끌었다.
하지만 장 회장은 2015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과 해외 원정도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대법원의 실형 확정 판결로 징역 3년6개월을 복역하다 2018년 가석방됐다. 복역 중에도 비등기이사로 남아있으며 회장 직책을 유지했지만 직접적인 경영 현장에는 나설 수 없었다. 형 집행 종료 이후에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간 취업제한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장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동생인 장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며 경영 전반을 주도했다. 특히 장 부회장은 ‘럭스틸(Luxteel)’ 중심의 컬러강판 사업을 적극 전개하며 장 회장의 공백을 메웠다.
장 회장은 직접적인 경영에 나설 수 없던 시기에도 회사에 출근하며 경영 주요 현안들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의 물밑 조력자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동국제강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장 회장은 급여 28억300만원, 상여 30억2000만원, 기타근로소득 1700만원 등 총 58억4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 조치 이후 취업제한 규정이 풀리며 장 회장은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했다. 장 회장 복귀에 따라 형제 간 경영권 갈등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장 회장은 “형제 경영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장 부회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지금처럼 보조하겠다”며 기존과 같은 조력자 역할을 시사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장 회장의 복귀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장 회장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비롯한 신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장 회장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정책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소재와 부품을 비여롯해 철강관련 특수업을 연구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산업 변화에 따른 특수소재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이 꽃필 때 우리 동국제강그룹도 함께 동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 회장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여기에 이번 인적분할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며 오너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장 회장의 장남 장선익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했다는 지적이다. 동국제강이 △배당금 상향 △최저 배당 △적자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반발의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 회장은 과거 횡령·배임, 불법 원정도박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 경영진”이라며 “장 회장의 경영 복귀와 맞물린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