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유통잇슈’는 유통업계 담당 기자들이 한 달간 주요 이슈와 화제를 골라 핵심만 명료하게 짚어주는 ‘정리 정돈된’ 기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유통 뉴스들 중에서 ‘이것’만 알고 있어도 한 달 동안 업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가볍게 되새길 수 있다. <편집자 주>
2023년 5월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그간 ‘계획된 적자’를 벗어나 올 1분기 포함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올해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와인 애호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에 체험 콘텐츠를 집중한 전문매장 ‘와인클럽’을 선보이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와인 유통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다. 국내 최대 주류기업 하이트진로의 오너 2세 박태영 사장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쿠팡, 1분기 영업이익 첫 1억달러 돌파
3분기 연속 '흑자', 역대 최대 분기 매출
쿠팡은 이달 10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억677만달러(약 1360억원·분기 평균 환율 1275.58원 적용)를 올렸다고 밝혔다. 1분기 첫 1억달러 돌파이자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분기 흑자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쿠팡의 조정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는 2억4091만달러(약 3070억원)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58억53만달러(약 7조3990억원)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기록을 갈아치웠다.
쿠팡은 이 같은 실적 비결로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상품 제공 △‘로켓그로스’를 통한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제품 로켓배송 확대 △상품 가격인상·혜택 축소 없이 마진을 개선한 운영 효율화 등을 꼽았다. 올해 1분기 로켓그로스를 통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매출의 7%, 전체 제품 판매량의 4%가 로켓그로스와 관련된 것이었다.
김범석 창업자는 “고객 경험과 운영의 탁월성에 집중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는 매우 상반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전체 유통시장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고객) 증가도 본격화됐다”며 “더 많은 상품군을 로켓배송으로 제공해 가치와 성장을 모두 증폭시키겠다. 또 지출 수준과 참여도가 높은 와우 회원 수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정용진표 주류 전문매장 ‘와인클럽’ 오픈
국내 최대 구성·체험 콘텐츠…‘주류의 신세계’ 자신
이마트는 이달 4일 스타필드 하남에 체험형 와인 전문매장 ‘와인클럽(Wine Club)’을 오픈했다. 와인클럽은 와인 애호가로 잘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클럽은 와인은 물론 위스키·수입맥주 등 국내 최대 구색 수준인 7000여개 상품을 판매한다. 이마트는 국내 와인 소매시장에서 연 1500억원 매출을 넘기며 구매력(바잉파워)을 키웠는데 그 역량이 이번 상품 라인업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이마트는 대중화된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까지 공존하는 와인클럽으로 ‘주류의 신세계’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와인 Lab, 와인 아로마 체험, 위스키·칵테일 시연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도 도입했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곳에서 나아가 오감이 즐거운 공간으로 와인클럽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통 라이벌인 롯데·현대백화점이 수년 전 ‘보틀벙커’와 ‘와인리스트’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마트의 이번 ‘와인클럽’ 오픈은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마트는 국내 와인시장 규모가 2025년 2조원까지 확장된다는 전망이 나온 만큼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마트는 와인클럽에 대해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상품뿐만 아니라 부담 없이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상품까지 동시에 갖춘 완성형 매장’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식품사 1분기 실적 '희비'...롯데 '웃고', CJ '울고'
CJ제일제당 수익성 악화, 롯데웰푸드 합병 시너지
이달 대형 식품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국내 최대 식품사 CJ제일제당은 수익성이 악화된 반면 롯데웰푸드는 합병 효과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제고로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 농심, 오뚜기를 비롯한 라면업계는 호실적을 거둔 반면에 인구절벽 위기를 겪는 매일유업 등 유업계 실적은 좋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40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8.5% 줄어든 1504억원에 그쳤다. 최은석 대표 체제에서 성장을 지속하다가 올 1분기 수익성이 반 토막 났다. 주력인 식품사업에서 가중된 원가 부담과 소비위축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탓이 컸다. 신사업인 바이오와 FNT(Food Nutrition&Tech) 부문도 역성장했다.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으로 덩치가 커진 롯데웰푸드는 올 1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6.5% 증가했다. 빙과 등 비효율 품목을 줄이고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올린 점이 주효했다.
농심으로 대표되는 라면업계는 미소를 지었다. 농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9%, 85.8% 증가했다. 작년부터 가동한 미국 2공장 등 북미시장 성장 영향이 컸다. 오뚜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4%, 10.7% 늘었다. 반면에 유업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성 면에서 업계 2위 매일유업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6% 감소했다. 3위 남양유업은 적자가 지속됐다. 저출산 여파 탓이 크다. 실제 올 1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하이트진로 장남, '일감 몰아주기' 2심도 유죄
박태영 사장 최대주주 서영이앤티, 10년간 부당이득 혐의
하이트진로 총수 2세 박태영 사장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최근 열린 항소심에서 박 사장은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 받았다. 박 사장은 하이트진로 총수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5월 박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이번 항소심을 통해 다소 감형됐다.
박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오너 소유의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끼워 넣는 방법으로 10여 년간 약 10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았다. 맥주캔 구매 과정에 한 캔 당 2원씩 붙여 지원했다. 또 협력사가 직접 구입한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 코일과 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납품하도록 했다. 앞서 1심에선 50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됐다.
서영이앤티는 박 사장이 58.4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하이트진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서영이앤티가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줬다. 서영이앤티는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하이트진로그룹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이를 두고 ‘꼼수 승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