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트라이서클' 로고…글로벌 기업 이미지
HD현대- 제조업 이미지 탈피…3대 비전 소개
#.사명과 CI(기업 아이덴티티, 로고)는 기업의 얼굴이다. 한 기업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철학을 담고 있다. 쉽게 바꾸기 힘든 요소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보수·발전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목표와 꿈을 꾸고 더 큰 도약을 꾀할 수 있다. <신아일보>의 20년 발자취에 맞춰 한국의 주요 그룹들은 얼굴에 어떤 변화를 줬을지, 그리고 <신아일보>가 그리는 미래 20년에 발맞춰 기업들의 향후 얼굴 형태까지 그려본다. <편집자 주>
국내 중후장대 대표그룹으로 손꼽히는 포스코, 한화, HD현대가 ‘친환경’으로 신사업 무게축을 옮겼다. 오랜 기간 이어온 사명이나 로고를 바꾸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했다. 한화는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로고로 그룹 미래 방향성을 나타냈다. HD현대는 새롭게 바뀐 사명과 로고로 회사가 추구하는 비전을 함축적으로 제시했다.
◇ 포스코, 철강 넘어 수소·소재 주력…친환경 에너지기업 탈바꿈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사명을 유지하면서 기존 철강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의 전신은 1968년 4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철강공업 육성계획으로 탄생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다. 외환위기 후 2000년 10월 정부지분을 매각하며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거듭났고 2002년 변경한 사명 ‘포스코’를 현재도 사용 중이다.
당초 포스코는 ‘포항 아이언 앤 스틸 컴퍼니(POhang Iron&Steel COmpany)’의 주요 영문자를 조합한 사명이다. ‘포항제철’의 뜻을 살리면서 ‘제철’이라는 단어를 숨겨 사업영역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S에 스틸(Steel)만 아니라 ‘스틸로 고객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Solution)을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최 회장 취임 후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담은 ‘With POSCO’ 배지도 선보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가장 성공·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사업 및 투자 관리를 전담하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철강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존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CCUS(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기술) 기술 등 친환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주도한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 7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주요 계열사 사명도 변경했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포스코DX(옛 포스코ICT) △포스코와이드(옛 포스코O&M) 등이다.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룹 차원의 새 비전을 담기 위해서다.
◇ 한화, 우주 속으로…무한진화·팽창·성장 담았다
한화는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 주도로 우주항공·방산, 신재생에너지·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고 ‘한화오션’ 닻을 올렸다. 한화는 ‘그린 에너지 밸류체인 메이저’, ‘국가대표 방산 기업’, ‘해양 솔루션 리더’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다만 로고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제정한 로고가 현재는 물론 미래도 포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화의 로고 ‘트라이서클(Tricircle)’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주 속으로 무한진화, 팽창, 성장하는 3개의 원으로 구성됐다. 3개의 원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확장하며 무한성장해 나가는 이미지를 조화롭게 표현했다. 또한 3개의 원은 창조적 만남을 통해 고객, 사회, 인류의 내일을 키우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는 한화그룹을 모습을 담았다. 트라이서클과 함께 사용되는 한화의 서체(로고타입)도 역동성과 부드러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한화 로고를 제작한 세계적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급변하는 한화그룹의 큰 사업 축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21세기형 CI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의 로고는 창립 이후 4번째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 현암 김종희 창업주가 부산에서 설립한 한국화약(韓國火藥) 주식회사다. 첫 CI는 화약 산업을 모태로 한 기초 산업 분야 업종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둥근 원형을 톱니바퀴로 표현해 기간산업을 토대로 한 기업경영의 의지를 표현했다. 양 옆 망치는 장인정신을 지니고 근면, 성실의 자세로 일하는 근로자를 나타낸다.
이후 1964년 한화그룹은 사세를 확장하며 새로운 CI를 제정했다. 새 CI는 마름모형의 입체적인 다이아몬드를 표현했다. 마크 중심의 ‘K’는 한국화약과 한국화약그룹의 이미지를 통합했다.
세번째 CI는 1994년 그룹명을 변경하면서 제정했다. 당시 한국화약그룹 고위 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잘못된 ‘플랜카드’를 내건 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플랜카드엔 한국화약그룹의 영문표기인 KOREA EXPLOSIVE GROUP을 ‘남조선 폭파집단’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HD현대, 전통성·역동성·미래지향 비전 그렸다
차기 총수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중공업’을 넘어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유지하던 그룹명을 ‘HD현대’로 변경했다.
새 사명 HD현대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투자 지주회사로서의 위상과 역할 강화가 목적이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앞으로 미래사업 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할 방침이다.
HD현대는 “새로운 사명은 회사의 미래 지향점을 담고 있다”며 “이번 사명 변경을 계기로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는 그룹의 공식명칭 변경을 선언한 데 이어 ‘시대를 이끄는 혁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미션을 공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조선해양 부문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 실현’, 에너지 부문은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현’, 산업기계 부문은 ‘시공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산업솔루션 제공’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포부를 담았다.
HD현대는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도 공개했다. 포워드 마크(Forward Mark)로 이름 붙여진 새 심볼은 기존 피라미드 형태 삼각형에서 출발해 화살표 형태로 완성됐다. 포워드 마크의 역동적인 모양은 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HD현대의 의지를 상징한다. 녹색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