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술금융 공급 규모가 축소됐다. 지난해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불황에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얼어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이 보유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27조4149억원으로 전년 동기(333조8107억원) 대비 1.9%(6조3958억원) 줄었다. 전월(329조573억원)과 비교하면 0.5%(1조6425억원)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등에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 제도의 일환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일반적인 기업대출과는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대출한도를 높여줌으로써 자금조달을 돕는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와 신용이 부족해 일반 기업대출 이용이 어려운 창업 초기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돼왔다.
기술신용대출은 은행권에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한 이후 지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7년 3월 처음으로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말 200조원, 2021년말 300조원을 넘어섰다.
승승장구하던 기술신용대출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11월까지만 해도 343조원에 달하던 잔액은 12월 들어 325조961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올해 들어 1~3월은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4월 다시 감소 전환했다.
은행별로 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의 4월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3조2521억원으로 1년 전(47조3359억원)보다 8.6%(4조838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 46조5458억원→44조2487억원(4.9%↓) △우리은행 44조8694억원→41조2413억원(8.1%↓) 등도 쪼그라들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39조6378억원에서 올해 4월 43조4524억원으로 9.6%(3조8146억원) 늘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이 밖에 기술신용대출 시장 점유율 1위인 IBK기업은행의 잔액은 같은 기간 100조6288억원에서 102조4864억원으로 1.8%(1조8576억원) 증가했고, NH농협은행은 19조809억원에서 20조7367억원으로 8.7%(1조6558억원) 불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담보 없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내주는 신용대출 취급을 늘리는 것은 리스크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