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운전한 'TYM', 文대통령 몰았던 '대동'
尹대통령 운전한 'TYM', 文대통령 몰았던 '대동'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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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이앙기 시연…업계 1위 아닌 2위 메이커 선택
美 국빈 방문 농업계 대표로 동행…주가 상승 폭도 앞서
4년 전 文은 대동 모델 탑승, 업계 첫 자율주행 이앙기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7일 충남 부여 임천면 현장을 찾아 TYM의 이앙기를 타고 모내기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7일 충남 부여 임천면 현장을 찾아 TYM의 이앙기를 타고 모내기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전·현직 대통령과 ‘이앙기’를 두고 국내 농기계 메이커 1위 대동과 2위 TYM(옛 동양물산기업) 간 희비가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업계가 흥미롭게 보고 있다. 

‘현직’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모내기 시즌에 맞춰 TYM 이앙기를 직접 운전했는데 이 모습이 큰 화제가 됐다. ‘전직’ 문재인 대통령도 4년 전 비슷한 시기에 대동의 이앙기로 모내기 시연을 했다. 

윤 대통령의 모내기 시연 직후 TYM과 대동 주가는 모두 올랐다. 다만 TYM의 증가 폭이 훨씬 컸던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충남 부여의 모내기 현장을 찾아 ‘자율주행 이앙기’를 직접 시승했다. 이앙기는 모를 논에 옮겨 심는 농기계다. 대개 이앙기는 작업자 2인이 필요하다. 한 사람은 모판 운반을, 다른 한 사람은 운전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이앙기는 한 사람이 핸들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모심기가 가능하다. 인건비 절감은 물론 고령화된 농촌지역에서 농작업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이앙기는 TYM의 ‘RGO-690’ 모델이다. 이 제품은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자율주행 시스템 국가 형식 검사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농기계 자율주행 단계는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단순 직진, 2단계는 작업 경로 생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3단계부터는 주행은 물론 농작업 자동화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탄 RGO-690 이앙기는 2단계 모델이다. 대통령실은 RGO-690이 정부가 처음으로 자율주행 수준을 인증한 농기계 모델이란 상징성을 감안해 TYM에 시승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RGO-690에 적용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관성항법장치(INS)는 물론 경로 생성·추종 등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컨트롤러, 콘솔을 비롯한 하드웨어까지 TYM의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TYM에 따르면, 2023년형 RGO-690 모델은 어떤 조건에서도 고정밀도 이앙작업이 가능하다. 또 선회, 후진 시에 자동으로 식부가 올라가는 ‘자동 턴업·백업’,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핸들만으로도 선회할 수 있는 ‘노 브레이크 턴’ 등의 기능이 있다. 

TYM 관계자는 “RGO-690 이앙기는 밀묘 소식재배(드문 모심기)가 가능하기에 노동력, 육묘 비용 절감과 병충해 예방으로 더 많은 양의 곡물을 수확하는 등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식재배는 육묘할 때 파종량을 늘려 빽빽하게 기른 뒤 본논에 모를 듬성듬성 심는 재배법이다. 일본에서는 밀묘재배로 불린다.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경북 경주 옥산마을을 방문해 직접 대동공업의 자율주행 이앙기를 운전하며 모내기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경북 경주 옥산마을을 방문해 직접 대동공업의 자율주행 이앙기를 운전하며 모내기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4년여 전인 2019년 5월에는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상북도 경주의 한 마을에서 이앙기를 타며 모내기 시연을 했다. 문 대통령이 탔던 이앙기는 대동(당시 대동공업)의 ‘ERP80DFZA’ 모델이다. 당시 국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율주행 직진자동이앙기다. 직진 자동기능 레버로 작업할 구간을 설정하면 농가가 핸들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모를 심을 수 있는 모델이다.

이 제품은 대동공업이 2017년부터 SK텔레콤과 협업을 통해 RTK(실시간 이동측위) 기술과 자율주행 조항장치가 결합돼 탄생했다. 위성이 쏜 위치정보와 사물인터넷(IoT) 전용 통신망을 활용해 오차를 최소 2.5센티미터(㎝)까지 줄여 정확한 위치에 모를 심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대동은 2021년에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레벨 1단계 수준의 트랙터를 선보였다. 이르면 올 9월 중 3단계 수준의 트랙터와 6조 콤바인이 출시될 예정이다. 3단계 기술이 적용된 트랙터와 콤바인은 인공지능(AI)이 작물 식재 깊이, 간격 측면에서 최적화된 농법을 제시하고 작업 경로를 따라 스스로 주행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실증용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를 제작해 필드 테스트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선 자율주행 기술면에서 대동이 좀 더 앞서지만 윤 대통령이 TYM 모델을 시승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TYM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때도 122개사 경제사절단에 농업계 대표로 포함돼 동행한 바 있다. 

단순 북미시장 매출로 비교하면 작년 연결기준 대동은 7024억원(DAEDONG-USA. INC 기준), TYM 7308억원(사업보고서)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앙기 시승, 미국 국빈 방문 모두 TYM이 대표로 선정되면서 현 정부의 농업계 수혜 기업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의 모내기 시연 다음날인 이달 8일 TYM 종가는 9350원으로 전날 8670원 대비 7.8% 올랐다. 같은 날 대동은 1만2230원으로 전날 1만1930원과 비교해 2.5% 상승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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