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급성장해 100조원 규모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시장 점유율 기준 상위권의 위상은 그대로지만 중형운용사 간 경쟁은 심화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13일 기준 95조9306억원이다. 이는 1년 전(71조4288억원)과 비교해 34.3%(24조5018억원) 늘어난 수치다.
순자산총액이 늘어나면서 운용사들도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총액 40조56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6.5% 신장해 수위를 기록했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26.3% 신장한 34조346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이들은 점유율은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지난해 6월 41.0%에서 올해 41.7%로 0.7%포인트(p) 상승했고, 미래에셋은 같은 기간 38.1%에서 올해 35.8%로 2.3%p 떨어졌다.
ETF 후발주자들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KB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8조4793억원으로 전년보다 54.2% 신장했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같은 기간보다 35.1% 늘어난 4조412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맥락으로 △키움투자자산운용 2조5639억원(36.4%↑) △한화자산운용 2조3373억원(44.5%↑) △신한자산운용 1조3927억원(224.1%↑) 등으로 나타났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올해 1조3927억원으로 1년(1조7288억원) 전과 비교해 19.4% 역신장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이 역신장한 결과 한화자산운용은 NH아문디자산운용(점유율 1.5%)을 제치고 점유율 2.4%를 기록하며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다.
ETF 순자산총액이 늘어난 것은 국내외 증시 호조와 개인 직접 투자 증가, 채권투자 활성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한 개인 투자자가 유입됐다”며 “특히 지난해 금리가 크게 치솟고 금융당국이 만기채권형 ETF 상장을 허용하면서 예금만 하던 투자자들이 ETF 시장으로 쏠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연초 이후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트렌드 산업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투자하는 ETF도 약진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TF 시장의 ‘200조원 시대’가 머지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 수요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36조원 수준으로 오는 2032년까지 86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 대비 ETF 시장 비중은 미국보다 낮아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며 “다만 200조원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 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연금형 ETF 상품을 출시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