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지하철 역명 마케팅으로 효율적인 브랜드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어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은행은 서울교통공사나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에서 운영하는 ‘역명 병기 유상 판매’에 참여해 주요 지하철역 ‘부(副)역명’에 자사의 이름을 새겨 넣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역명 병기 유상 판매는 서울교통공사가 재정난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이후 여러 지하철운영사가 시행하고 있다.
역명 병기는 지하철역의 기존 역명에 부역명을 추가로 기입하는 일종의 광고 상품으로,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종각(SC제일은행)’ 등으로 표기되는 방식이다.
부역명은 폴사인 역명판과 출입구 역명판, 승강장 역명판, 안전문 역명판, 안전문 단일·종합노선도, 열차 단일노선도 등에 표기할 수 있다. 또, 열차 내 안내방송에서도 역 이름과 함께 부역명이 함께 안내된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1회 재입찰 없이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부역명을 따내려면 서울 시내 기준 대상 역에서 1킬로미터(㎞) 내(서울 시외는 2㎞ 이내)에 위치해야 한다. 기관·기업·단체의 인지도가 높아야 하며 역 운영사의 이미지를 저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부역명 사용료는 역의 위치와 중요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최소한 억 단위의 금액이 붙는다. 감정가만 해도 최소 1억원 이상인 데다, 경매로 낙찰 받는 방식인 만큼 경쟁자가 있다면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의 부역명을 따내기 위해 8억원을 투입했다. 우리은행도 4호선 명동역의 부역명 사용권을 6억5400만원에 낙찰받았다.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역명 병기는 은행권에서 인기다. 실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같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인 SC제일은행,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다수 은행이 지하철역 이름을 보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9호선 샛강역에 ‘KB금융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KDB산업은행 역시 9호선 국회의사당역의 부역명을 따냈다.
이밖에 IBK기업은행은 2016년 6월 역명 유상 병기 사업이 시행되자마자 을지로입구역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해 처음으로 지하철 역명을 차지한 은행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기업은행은 한 차례 계약 연장을 통해 지난해까지 역의 이름을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로 유지했으나, 경쟁에서 밀리며 이를 하나은행에게 물려줬다.
현재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역명 병기에 참여할 새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특히 올해는 SC제일은행이 2017년부터 6년간 차지했던 1호선 종각역의 부역명이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해 매물로 풀렸다.
SC제일은행은 재계약과 관련된 답변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금까지 역명 병기를 사용한 곳의 90%가 재계약한 점을 고려하면, SC제일은행 역시 재입찰을 통해 역명 유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부역명 사용료는 3년간 나눠 납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며 “지하철 이용객에 은행 브랜드를 계속 노출할 수 있는 만큼 브랜드 홍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