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계열사에 일감몰아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승소했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그 8개 계열사가 제기한 시정명령·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공정위는 2020년 9월18일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 운영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3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미래에셋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 같은 해 12월11일 서울고법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원고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판단했다.
또 박 회장의 묵시적인 동의나 승인으로 이 사건 각 거래에 관여한 부분이 인정된다고 봐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과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거나 별도 사업 기회를 행위 객체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객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를 규율하기 위함"이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규율 대상이 무한정으로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인 거래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율 대상에서 제외한다"면서 "통상적인 절차는 해당 거래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이를 객관적‧합리적으로 검토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경우"라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골프장과 호텔 거래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이뤄지거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상대방의 적합한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에 약 430억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업의 안정화에 기여해 박 회장의 부동산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사업 부문 손실을 줄여 박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가치 유지에 기여하는 등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됐다고 봤다.
위와 같은 이익 귀속은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될 우려가 있어 미래에셋컨설팅이 이 사건 거래로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해 부당한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동일인 박 회장의 행위와 관련, 이 사건 거래를 직접 지시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부당한 이익제공 관련 규정을 독자적으로 적용한 첫 번째 사례에 대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여부, 상당한 규모의 거래인지 여부,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의 부당성과 특수관계인의 관여 여부 등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대법원 상고심에 대비하고 소송 계속 중인 남은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