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부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의 창립 이념인 ‘기업과 같이하는 은행’에 걸맞은 기업금융을 강화해 미래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조 행장은 지난 3일 취임식에서 기업금융 명가로서 차별화한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기업과 동반성장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5월 은행장 최종 후보로 최종 낙점됐을 당시에도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금융은 우리은행이 꾸준히 강점을 보인 분야다. 우리은행은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다수 기업의 주거래 은행을 꿰찼다.
이러한 영향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은행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우리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40조4890억원으로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KB국민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31조2000억원, 신한은행이 25조4615억원, 하나은행은 22조2130억원이다. 대기업금융 부문에서는 우리은행이 확실하게 선두를 달리는 모습이다.
다만 조 행장이 말한 기업금융 명가의 부활은 전성기 때 명성을 잃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대출을 제외한 기업대출에서 명성보다 떨어지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말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158조8520억원이다. KB국민은행(164조3000억원)보다 뒤처졌다. 신한은행(152조2081원)이나 하나은행(146조6510억원)보다는 앞서지만 대기업대출과는 달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 분야에서 우리은행의 영향력이 신통치 않아서다. 1분기말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KB국민은행 133조1000억원 △신한은행 126조7466억원 △하나은행이 121조2350억원 등이다. 우리은행은 이보다 낮은 118조3630억원으로 꼴찌다.
대기업 대출보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3배 가까이 크고, 수익성 측면에서 낫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가 균형적으로 배분되지 않은 모습이다.
조 행장이 은행장에 오른 것도 이 같은 비효율적인 기업금융 사업구조를 개편할 적임자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과 대기업심사부장,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영업부문에서 활약한 전문가로 꼽힌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도 조 행장의 선임 배경으로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조 행장은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유망 기업에 적극 투자해 기업금융의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경기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반월시화비즈(BIZ)프라임센터’를 두고 기업 대상 투자·융자와 자금 지원,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