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순방 후 우크라 전격 방문… 두 번째 한-우크라 정상회담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 추진"… 극도 보안 속 기자단에도 '함구'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순방을 마치고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 군 파병지가 아닌 전시 국가를 공식 방문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특히 전쟁 중인 국가를 다녀오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수행 인원은 최소화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극소수의 인원만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미사일 공격이 집중된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또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한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러시아의 불법 침략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친 우크라이나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지금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생즉사(生則死) 사즉생(死則生)'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분명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정상은 한국의 안보 지원, 인도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저는 '드니프로 강의 기적'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지를 천명해왔다.
나토(NATO·북서대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하고, 위험을 감수한 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 자체가 국제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외신들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아시아 정상이 거의 없다며 이번 방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한국의 협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가꾸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나아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군수 지원에 대해서는 "지난해 방탄복, 헬멧과 같은 군수물자를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살상무기 지원 계획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윤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지난 5월 방한한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남편인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 의사가 담긴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그간 정상 간 물밑접촉이 이뤄져 왔다고 한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파병지가 아닌 전시 국가를 공식 방문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각각 2014년 12월 이라크 자이툰 부대, 1966년 10월 베트남에 파병된 맹호부대 장병들을 현지에서 격려한 바 있다.
검토는 이번 순방 전부터 진행했지만 우크라이나 현지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이유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사실상 구체적 일정을 포함한 최종 결정은 현지에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