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판잣집서 거주’ 취약계층, 4년만에 다시 증가세
‘여관·판잣집서 거주’ 취약계층, 4년만에 다시 증가세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7.30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계청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원 183만명…전년보다 2.3% 증가”
“고금리·전세사기 영향도…집값보다 ‘주거안정’에 정책 무게 둬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여관 등을 전전하거나 판잣집·비닐하우스 등에서 거주한 주거 취약계층이 4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작년에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데 대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과 대규모 전세 사기 등으로 인해 서민들이 ‘주택’ 밖으로 내몰렸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관련 정책에 대해 ‘집값 안정’보다 ‘주거 안정’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원은 182만9000명으로 전년(178만8000명)보다 4만1000명(2.3%) 늘었다.

통계청은 가구의 거처를 ‘주택’과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하고 있다. 

‘주택 이외의 거처’는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 등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주 공간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오피스텔,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기숙사 및 특수사회시설,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피스텔 거주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거 취약 계층에 속한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원은 2018년(199만5000명)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반등했다. 

즉, 작년에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빈곤층의 주거 환경이 더 악화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담 증가와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 등이 영세자영업자나 서민들을 ‘주택’ 밖으로 내몰았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른바 보증금을 떼먹은 악성 임대인을 뜻하는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액수는 4382억원에 달했다. 보증사고 액수는 2018년 3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504억원, 2020년 1871억원, 2021년 3555억원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고금리를 못 이긴 영세 자영업자, 보증금을 날린 전세 사기 피해자 등이 주택 밖으로 밀려났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은 ‘집값 안정’보다 ‘주거 안정’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