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청년층이 빚더미에 나앉고 있다. 소액 간편대출 상품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대출 문턱은 낮아졌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청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1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20대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1.4%로 전년 동기(0.7%) 대비 2배 급등했다.
이 기간 다른 연령대 신용대출 연체율을 보면 △30대 0.3%→0.6% △40대 0.3%→0.5% △50대 0.3%→0.5% △60대 이상 0.5%→0.8% 등이다. 20대 연체율만 유일하게 1.0%대를 넘어선 데다 상승 폭도 유달리 큰 모양새다.
전체 신용대출 차주 수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20대는 오히려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 지난해 6월 61만474명에서 올해 6월 69만1948명으로 1년 새 13.3% 증가했다. 20대의 대출 잔액 비중은 4.6%로 높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돈을 빌리는 셈이다.
제2금융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 32곳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6월말 기준 20대 연체율은 6.9%로 1년 전(5.3%)보다 1.6%포인트(p) 상승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율 수준과 상승 폭 역시 2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컸다. 낮은 신용점수 등으로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20대가 더 큰 빚의 굴레에 빠져 허덕이는 모습이다.
20대 대출자와 연체율이 늘어난 데에는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 등 상품 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주로 서비스하는 비상금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젊은 층이 많아 찾는 상품이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 비상금대출 연체액 중 2030세대 비중은 60% 이상에 달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개인워크아웃 등 채무조정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층도 늘어났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감면이 확정된 20대는 4654명이다. 2018년 상반기(2273명)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상반기 기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20대의 1인당 평균 감면액은 같은 기간 530만원에서 880만원으로 36% 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홍성국 의원은 “저금리와 양적완화, 자산가치상승 황금기의 ‘이지머니’가 청년층을 저축하던 세대에서 빚내는 세대로 변화시켰다”며 “불안정한 소득 기반에 고금리, 고물가까지 맞물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