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 우려를 자아냈던 한중관계가 차츰 개선 기미를 보이는 모습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방한 문제를 포함해 현안에 대한 논의를 가지면서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 총리는 전날 오후 항저우 시내에서 시 주석과 26분간 양자 면담을 가졌다.
한 총리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을 만난 적은 있지만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면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간 한중 정상회담과 지난 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계기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 간 회담에 이어 세 번째 세 번째 한중 간 최고위급 만남이다.
그동안 경색됐던 한중 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또 그간 한미일 협력 강화에 몰두하면서 다소 소홀했던 한중 간 교류가 정상급 인사들의 만남을 기점으로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내년 초 시 주석의 방한까지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면담에서 시 주석은 한국이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 "적절한 시기에 개최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총리는 "내주 개최되는 고위급 회의를 시작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서 조속히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시 주석은 비공개 면담에서 "방한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 국빈 방문한 뒤 한국을 찾지 않았다.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상당한 견제구가 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거론하기 전에 시 주석이 먼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한중정상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방한을 재차 요청하자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이 방중해달라고 반응한 바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반도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한령 등 양국에 민감할 수 있는 주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 총기ㅏ "중국 측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하자 시 주석은 "양국(남북) 화해와 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중국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한 총리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관련 중국 측의 지지도 요청했다. 시 주석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발표문에서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는 대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는 미국에 동조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