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삼국지①] BAT로스만스 김은지, 반전 카드가 관건
[담배삼국지①] BAT로스만스 김은지, 반전 카드가 관건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9.26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4년차, 업계 첫 여성 CEO 부담에도 경영능력 '합격점'
양강과 큰 폭의 점유율 差…액상 '뷰즈' 메기 될지는 미지수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가 지난 2월 글로 하이퍼 ×2를 공개한 자리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BAT로스만스]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가 지난 2월 글로 하이퍼 ×2를 공개한 자리에서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BAT로스만스]

취임 4년차의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는 올 들어 전자담배 ‘글로(glo™)’, ‘뷰즈(Vuse)’ 양축을 동력으로 KT&G(케이티앤지), 한국필립모리스 양강 구도의 균열을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BAT는 점유율 면에서 큰 폭의 차이로 3위 사업자라는 한계가 분명 있지만 김은지 대표 체제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얻은 자신감은 소기의 성과다. 다만 글로만으로 다소 벅찬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꺼낸 액상형 뷰즈의 안착 여부가 회사 위상과 김 대표의 입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2년 새 전자담배 점유율 두 배↑
BAT로스만스는 올 들어 전자담배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BAT는 그간 KT&G, 한국필립모리스 양강 체제의 전자담배시장에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이어진 김은지 대표 체제에서 인지도 제고에 나서면서 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실제 대표작 글로를 앞세운 BAT의 전자담배시장 점유율은 김은지 대표 취임 첫 해인 2020년 6.26%에서 지난해 11.7%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점유율이 확대됐다. 업계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이 부담됐음에도 김 대표의 경영능력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섬세하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영업·마케팅으로 양강 구도를 흔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단 올 2월과 9월에 잇달아 글로 신작을 선보였다. 2월엔 야심작 ‘글로 하이퍼 ×2’, 9월엔 ‘글로 하이퍼 에어’로 경쟁사와는 다른 차별화한 요소를 보여주는데 애쓰고 있다. 

다만 2월에 내놓은 글로 하이퍼 ×2는 경쟁사 신작 출시 시기와 비교해 3~4개월가량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일각에선 3위 사업자인데 점유율 상승에 취해 경쟁에 게으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품었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글로 하이퍼 ×2를 직접 소개하면서 “경쟁사 신제품 출시에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한 건 BAT가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점유율에 만족하지 않고 신제품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

모델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하이퍼 ×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BAT로스만스]
모델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하이퍼 ×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BAT로스만스]

글로 하이퍼 ×2의 경우 기존 글로 시리즈와 비교해 부스트·스탠다드 모드 버튼 분리로 사용자가 선호하는 가열방식을 선택토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전용 스틱 ‘네오’ 포맷은 데미슬림으로 변경하면서 담뱃잎 함량을 30% 늘려 더욱 풍부한 흡연감을 표현했다. 감각적인 디자인 또한 반응이 좋다. 최신작 글로 하이퍼 에어는 휴대성·편의성 강화 차원에서 75그램(g) ‘초경량’으로 승부한 제품이다. 또 한 번의 충전으로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을 확보했고 연속 사용횟수는 3회까지 늘렸다. BAT는 여기에 신제품을 대상으로 반값 할인 등의 공세로 경쟁 브랜드보다 저렴하면서도 고품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위해성 논란' 액상 전자담배 재출시
업계에선 BAT로스만스의 전자담배 점유율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올해 목표치를 13% 안팎으로 본다. BAT는 구체적인 목표치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모기업이자 글로벌 담배 메이커 BAT(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 그룹이 발표한 올 상반기 실적에서 한국 내 전자담배 점유율은 11.3%로 전년 동기보다 0.3%포인트(p) 하락했다. 야심작 글로 하이퍼 ×2가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를 반전 카드로 꺼냈다. 지난 7월부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판매 중인 뷰즈는 미국의 1위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다. 국내에 선보인 ‘뷰즈 고 800’은 예열할 필요 없이 즉시 사용 가능하고 별도 충전 없이 최대 800회까지 흡입할 수 있다. 반면에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청소년 중증 폐 질환 사태로 ‘위해성 논란’이란 꼬리표가 붙은 건 리스크로 작용한다.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을 강력 권고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으나 BAT가 4년여 만에 대형 담배 3사 중 유일하게 액상형 전자담배를 다시 선보였다. 

BAT 관계자는 “당시 사건은 공신력 있는 업체가 제조한 액상을 사용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BAT의 모든 뷰즈 제품에는 문제 성분들이 전혀 포함되지 않고 니코틴 액상은 국내 담배 관련법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제조되고 검증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반전 카드가 전자담배시장에 ‘메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2020년 기준)은 2013년부터 증가해 8년 새 약 3배로 늘었다. 관련시장 규모가 올해 2860억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궐련형이 대세인 가운데 액상형 제품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BAT 관계자는 “(뷰즈) 출시 초기부터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최근 새로운 맛 4종을 추가로 선보였다”며 “향후 판매 접점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코 패키지, 담뱃값 속지 종이로 교체
국내 정서상 담배기업은 타 기업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등을 요구한다. ESG 경영에 대한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BAT로스만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친환경 3대 원칙(Reduce, Replace, Recycle)을 고수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글로 제품 패키지 크기를 기존보다 30% 줄인 ‘에코 패키지’를 도입했다. 던힐·켄트 등 궐련 담배 브랜드는 재활용이 어려운 담뱃갑 속지를 알루미늄에서 종이 재질로 바꿨다. 도심 속 쓰레기, 담배꽁초를 무단 투기하는 장소에 화단을 설치하면서 환경개선을 도모하는 ‘꽃 BAT’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BAT로스만스의 환경개선 캠페인 ‘꽃 BAT' [사진=BAT로스만스]
BAT로스만스의 환경개선 캠페인 ‘꽃 BAT' [사진=BAT로스만스]

이 외에 청년인재 양성 차원에서 혁신적인 환경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ESG 캠페인이자 대회인 ‘에코리그×BoM(배틀오브마인즈)’을 시작했다. 대한사회복지회와 연계해 자립준비 청년 및  싱글맘 지원도 올해 6년째 지속하고 있다.  

ESG와 관련한 BAT의 투자 액수 등 관련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원칙상 규모 자체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