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 '일루마' 전국 판매 본격화…시장 리더십 회복 기대
한국필립모리스 수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가량 된 윤희경 대표는 전자담배 등 비연소제품 중심으로 국내 담배시장 판을 뒤바꾸는 게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 점유율을 끌어 올려 시장을 다시금 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해 전국 판매가 본격화된 야심작 ‘아이코스 일루마’와 전용 스틱 ‘테리아’ 성과가 뒤따라줘야 한다. 아울러 윤 대표가 성장 전략에 대한 비전을 통해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취임 반 년 전략통, '1위 탈환' 급선무
2017년 87%에서 2022년 41%. 5년 새 반토막 난 한국필립모리스(PMK)의 궐련형 전자담배 국내 점유율이다. 글로벌 최대 담배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을 등에 업은 한국필립모리스는 2017년 ‘아이코스(IQOS)’를 선보이며 국내 전자담배시장에 불을 지핀 개척자다. 하지만 점유율은 2019년 62.4%, 2020년 57.6%에 이어 현재는 40%대로 하락을 지속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에서 추격자로 뒤바뀌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올 5월부터 한국필립모리스를 이끌고 있는 윤희경 대표의 고민이자 최대 과제다.
윤 대표는 올해 27년차의 ‘필립모리스맨’이다. 사회 경력 대부분을 필립모리스와 함께 했다. 윤 대표는 PMI 내에서도 대표적인 전략·재무통(通)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말레이시아, 스위스, 홍콩, 필리핀 등 주로 해외에서 경력을 쌓으며 각 시장의 비즈니스 성장 전략과 운영계획 수립 등을 맡았다. 한국필립모리스 수장으로 오기 직전엔 호주필립모리스 대표를 맡았다. 호주도 한국과 유사하게 담배에 대한 규제 수준이 상당히 높은 국가로 꼽힌다.
전임이자 3년 여간 회사를 이끌었던 백영재 전 대표는 마케팅, 컨설팅에 능했으나 결과적으로 후발주자였던 KT&G ‘릴(lil)’에 1위를 내줬다. 윤 대표는 PMI의 ‘담배 연기 없는 미래’ 비전 아래 아이코스를 비롯한 비연소제품으로 연초(일반담배) 중심의 국내 담배시장 판을 흔들면서 전자담배 1위를 탈환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윤 대표는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로 선임되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 중심의 의사 결정과 서비스를 제공해 한국필립모리스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윤 대표가 어떤 성장 전략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갖는 시각이 많다. 물론 취임한지 불과 반년여 밖에 되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많지 않았던 게 크다. 윤 대표는 연초 퇴출과 전자담배의 대체, 1위 탈환을 위해 전임과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남은 하반기 시장 분위기를 끌어오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대내외적으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윤 대표의 ‘퍼포먼스’가 필요하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루마' 라인업 완성, 멤버십 증가 '고무적'
올 들어 아이코스의 성과는 양호하다. PMI가 발표한 올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스틱 판매량은 25억 개피로 전년 동기보다 12.6% 늘었다. 또 KT&G 릴의 올 2분기 점유율이 전분기보다 2.0%포인트(p) 줄어든 점은 그만큼 PMK와의 격차가 좁혀졌을 것이란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취임 시기를 고려할 때 윤희경 대표의 첫 성적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일단 스타트는 괜찮게 끊었다.
PMK는 지난해 10월 ‘아이코스 일루마’를 선보였다. 2019년 ‘아이코스 3 듀오’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일루마는 그간의 아이코스 기기들 중 가장 진일보한 역작이라고 자평한 제품이다. ‘스마트코어 인덕션’ 기술을 적용해 비접촉식으로 전자담배 스틱을 가열한 점이 최대 특징이다. 기기를 별도로 청소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은 한층 높아졌다. 종류는 기본형 일루마와 고급형 일루마 프라임으로 이원화했다. 일루마 전용 스틱 ‘테리아’도 내놓으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어 올 2월에는 기기 가격대를 대폭 낮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버전의 일체형 ‘아이코스 일루마 원’을 출시했다. 윤 대표 취임 3개월 차인 7월엔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한 ‘아이코스 일루마 위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내놓는 등 일루마 띄우기에 적극적이다. 아이코스 라인업 확장, 테리아 스틱 차별화로 공격력이 배가된 덕분에 올 상반기 기준 멤버십 ‘아이코스 클럽’ 회원 수는 6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일루마 출시 후 회원 수가 30%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일루마 시리즈와 테리아의 전국 판매는 올 상반기에 본격화됐고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PMK 내부적으로 이 같은 ‘기세’가 남은 하반기에도 지속되면 내심 연말께 전자담배 1위 탈환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 대표 취임 첫 해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온다면 그의 입지가 탄탄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PMK 관계자는 “흡연자에게 혁신 제품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일루마 3종의 라인업이 올해 완결됐고 전국 판매가 시작돼 시장 리더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000억 탈세' 구긴 이미지…환경 캠페인 지속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 7월 대법원을 통해 2015년 당시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재고 조작으로 1000억원 규모의 탈세를 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회사 이미지를 구겼다. 단 1·2심 관련 불복 소송에선 한국필립모리스가 승소했다. 담배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국내 정서 상 소비자 인식, 회사 이미지 등에 민감하다. ESG 경영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다. PMK는 20여년 이상 다양한 환경보호 캠페인을 전개하며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를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바다사랑 캠페인’은 1990년대 말부터 20여 년간 전국 주요 해수욕장에서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꾸준히 수거하고 있다. 올해에는 (사)제주올레, 환경재단과 함께 아이코스 기기와 전자담배 스틱을 수거하는 ‘모두모아 캠페인’을 통해 당초 목표했던 100킬로그램(㎏)의 두 배가 넘는 240㎏의 재활용 물량을 수거했다. 경남 양산공장에선 미세녹조류를 활용한 탄소저감 실증화 설비를 설치했다.
PMK는 지난해 매출 6867억, 영업이익 80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1.5%, 162.5% 성장했다. 다만 ESG와 관련한 구체적인 집행액은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 보호·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