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어디에 있나①] 은행권,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 창출해야
[K금융 어디에 있나①] 은행권,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 창출해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1.0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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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싱가포르 등 亞 금융선진국 금산분리 규제 완화 추세
국내 은행, 단순 자금중개기능 넘어 사회적 기여 강화 필요
김주현(왼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규제혁신 주요 추진과제로 금산분리 규제 개선을 꼽았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왼쪽 두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규제혁신 주요 추진과제로 금산분리 규제 개선을 꼽았다. (사진=금융위원회)

[편집자주] 금산분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원칙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과거의 규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금융산업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권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한국은 과연 어디에 있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K 금융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과 고령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구조적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은행 산업이 성장동력을 이어가기 위해선 단순 자금중개기능을 넘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옅어진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맞지 않은 금산분리 규제 개선을 통해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 제공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미 다수 국가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 비금융업 진출 길을 터준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과거 일본 은행업은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비금융업 영위가 엄격히 제한됐다. 

그러나 디지털화 진전과 빅테크 등 경쟁자 등장으로 은행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인구감소와 저성장 등 구조적 변화과정에서 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업무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일본 금융당국은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행 부수업무와 자회사 범위를 확대했다. 

일본 은행들은 은행업 고도화(시스템·앱 개발, 데이터 분석), 지역경제 활성화(특산품, 해외진출 지원, 관광상품), 기업 생산성 향상(전자계약), 지속가능경영(전력·탄소배출 측정) 등 목적의 자회사를 설립하며 비금융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지방은행인 훗카이도은행의 경우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지역상사를 설립해 해외 시장조사와 판로개척, 현지기업과 매칭 등 훗카이도 지방 기업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기업이 기후금융 등 ESG 추진에 어려움이 없도록 탄소감축 설비로의 전환계획을 설계해주고 필요자금도 지원해주는 은행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일본 SMBC는 탄소배출량 측정 회사를 설립해 원재료 생산부터 수송,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량 산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외에 다른 국가를 살펴보면, 프랑스 BNP파리바스는 ‘클라이밋시드’라는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은행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DBS의 융복합 서비스도 규제 완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2017년 은행이 비금융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DBS는 제휴와 자체 사업 결합을 통해 주택·여행·자동차·유틸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 국내 은행이 지향하는 ‘생활금융플랫폼’ 형태를 갖춘 상황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소비자의 어려움과 수요는 금융만으로 해결하기 까다로워, 다양한 비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국내 은행도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우리나라 글로벌 금융 경쟁력이 낮은 이유는 금산분리 규제 등 복합적 원인”이라며 “세계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를 버리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