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어디에 있나④]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깜깜무소식…당국 "추가검토 남아"
[K금융 어디에 있나④]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깜깜무소식…당국 "추가검토 남아"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3.11.08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 반발에 '급제동'…허용 시 기업금융(IB) 사업 규모 확대 기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편집자주] 금산분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원칙으로 통용된다. 하지만 기술 발전 등으로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과거의 규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금융산업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권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한국은 과연 어디에 있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옛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아일보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K금융 현주소를 살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한다.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해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증권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진척은 없다. 특히 증권업계 숙원 사업인 '비은행권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깜깜무소식이다.

8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당국이 빅블러(금융과 비금융 경계 흐려지는 것)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금산분리 규제에 대해 규제 타당성을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와 관련해 속도가 붙는 듯 했다. 올해 비은행권 법인지급결제 업무 확대와 허용에 대해 당국이 다시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은행 법인지급결제 허용시 결제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 등으로 은행권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관련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세부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비은행 법인지급결제와 관련한 발표는 3분기에 예정됐었지만, 추가적으로 더 살펴볼 것이 있어 (3분기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발표가 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법인지급결제는 증권업계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다.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무려 17년 전인 지난 2006년이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자본시장법을 제정하며 증권사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했다. 그러나 국회 통과 과정에서 은행권 반대로 개인에 한해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것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이어 2015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이 당해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유야무야됐다. 바로 다음해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금융투자업계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 등 표현을 사용하며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임기 동안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올해 2월과 7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일환으로 비은행권 법인지급결제 업무 확대와 허용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결제 리스크 확대와 증권사에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한 법인 자금이체업무를 허용할 경우, 기업과 개인 여유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대규모로 이동하는 급격한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을 우려하면서 은행권이 급제동을 걸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2년말 가계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63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가계 요구불예금이 138조7000억원, 기업 요구불예금이 116조3000억원, 기업 자유예금이 299조2000억원이다. 시중 현금상 자산 87% 이상을 은행이 쥐고 있고, 증권사 등 기타 금융사는 12%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 이용자 지급결제만 가능하다. 기업이 이용자 업무 처리를 하려면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면 개인은 증권사 계좌를 월급 통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업은 증권사 계좌를 통한 급여 지급과 제품 판매대금 수령,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 송금과 이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증권사는 기업을 주거래 이용자로 유치해 기업금융(IB)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된 논의는 증권사가 은행처럼 지급결제업무를 영위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증권사가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한 자금이체업무를 법인에도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우려하는) 증권사 법인계좌 입출금이 편리해진다고 해서 기업이 무조건 주거래 금융회사를 은행에서 증권사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금융거래 등을 고려할 때 은행과 증권사를 주거래 금융회사로 동시에 이용할 수 있고 동일한 이유로 상당수 기업이 주거래 금융회사를 은행에서 증권사로 바꾸더라도 머니무브는 서서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