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이후 두 번째 대국민 담화… "예측이 많이 빗나가"
"서울-부산 두 축으로 균형발전 성장 시도… 전략 그대로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실시간 중계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선 것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두 번째다. 김대기 비서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참모진들도 전원 배석했다.
그만큼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박빙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를 기록하자 이에 대한 책임론을 자신에게 돌려 국론 분열을 차단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대통령은 품속에서 꺼낸 원고를 읽으며 '부족'과 '책임'을 거듭 언급했다. 유치 실패 책임을 사실상 스스로에게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번 투표 결과에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다"면서 "민관은 합동을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것(엑스포)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2021년 7월 부산에 가서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말 애써온 부산 시민의 열망을 목도하고, (당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며 "대선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함께하겠다고, 민관이 공동으로 하겠다고 참여해줬다"며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아쉬움 없이 저희는 뛰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엑스포 유치 시도가 단순히 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균형 발전을 위한 큰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록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현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전략, 자산들을 축적할 계기가 됐다는 데에 의미를 둔 셈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게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축으로 균형발전을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도였다"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나라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을 해양, 국제금융, 첨단 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 남부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부산을 거점으로서 모든 경제 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부산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면서 "이러한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글로벌 중추외교라는 기조 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엑스포를 유치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도 "우리의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던 엑스포 리야드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돼서 정말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자료와 경험, 우리의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년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