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추락’ 대신 챗GPT ‘기대’…세일즈외교 동행하자 한경협 부활
2023년은 ‘극과 극’으로 축약됐다. 글로벌(2개의전쟁)과 한국정치(여야극한대치)를 넘어 산업계에서도 업종간, 기업간 격차와 희비가 심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지부를 찍은 2023년 산업군은 코로나19 한창 때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그동안 한국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는 수조원의 적자를 낸 반면 ‘자동차’는 역대급 성적으로 반도체를 밀어내고 가장 주목할 업종으로 떠올랐다.
‘빅3 빅딜’에서도 조선(한화-대우조선)과 자동차(KG-쌍용차)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출항했지만 항공(대한항공-아시아나)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IT업계에선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가 몰락하고 국가행정망이 마비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지만 챗GPT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생성형 AI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재계 오너가 중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지난해 1심과 달리 올해 2심에선 장외 여론전까지 펼쳐지며 격화됐다.
정부와 경제단체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라는 명목으로 기업 총수들을 거의 매달 해외순방에 동반시켰지만 대신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유명무실해진 전경련(현 한경협) 부활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중소기업계 숙원인 납품단가연동제를 시행할수 있게 만들었다.
지구촌이 갈라지고 한국정치가 극한대치 상황인 것처럼 산업계 10대 뉴스를 ‘극과 극’으로 묶어 뽑았다.
[극과 극①- 정부vs 경제단체]
1. ‘이재용·최태원’ 재계총수들, 윤석열 대통령과 1년 내내 세계일주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등 재계 총수들은 올 한해 거의 매달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해외로 나갔다. 대통령과의 해외 동반 행사만 총 9회로 역대급 기록을 찍었다. 1월 아랍에미리트 순방을 시작으로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베트남, 리투아니아·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영국·프랑스, 네덜란드 등 글로벌 곳곳을 윤 대통령과 동행했다. 총수 중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통령 순방에 7차례 참여하며 가장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각각 6차례 동행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은 4차례였다.
2. ‘굿바이 전경련’ 한경협 류진, 4대그룹 품고 새출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68년부터 55년간 사용한 간판을 내리고 ‘한국경제인협회’로 새 출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경제단체를 설립할 당시 명칭이다. 한경협은 명칭변경과 함께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을 탈퇴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그룹도 재가입 시켰다. 새 사령탑에는 30대 그룹사 총수가 아닌 풍산 류진 회장이 올랐다.
3. ‘4선 중소기업 대통령’ 김기문, 27대 선출…납품단가연동제 시행
중소기업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다시 한번 이끌게 됐다. 제23·24·26대에 이어 제27대 회장직에 오른 4선 회장으로 4년간 중소기업계를 이끈다. 4선에 오른 김 회장은 즉시 중소기업계 숙원사업인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해결하는 역할을 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계약기간에 원자재 등의 가격이 변동할 경우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제도로 지난 10월 첫 시행됐다.
[극과 극②- 반도체vs 자동차]
4. ‘삼성전자·SK하이닉스’ 울상…반도체 대규모 적자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불황에 숨죽인 한해였다. 3분기 누적 삼성전자의 매출(191조1556억원)은 전년 동기대비 17.5% 감소했고 영업이익(3조7423억원)은 90.4% 축소됐다. SK하이닉스의 1∼3분기 합산 손실도 8조764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실적부진은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로 IT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미중 패권경쟁,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5. ‘현대차 정의선’ 삼성전자 제치고 영업익 1위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증권가는 올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약 56% 증가한 15조3000억원대로 예상했다. 반면 10여년 선두를 지켰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83% 줄어든 7조원대로 추정됐다. 이는 현대차의 계열사인 기아보다도 낮은 수치다. 기아의 예상 영업이익은 12조원대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수출의 탑’을 수상한 1700여개 기업 중 수출액 1,2위에도 올랐다.
[극과 극③- 카카오 vs 생성형AI]
6. ‘카카오 몰락’ 김범수, 대표 전격교체‧사명 변경예고…경영 리셋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는 올해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였다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았다. 결국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는 검찰에 구속됐다. 이어 욕설 논란도 불거졌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은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건설 프로젝트 비리 의혹 등 부조리한 상황을 꼬집었다. 결국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경영쇄신을 선포하고 카카오 신임대표로 사상 처음 여성 CEO(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앉혔다. 또한 회사 사명 변경 각오까지 내비쳤다.
7. '디지털 재난' 초유의 전산마비…유명무실 '플랫폼 정부'
디지털 재난이 한반도를 덮쳤다. 지난 11월17일 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공무원이 전산망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읍면동 주민센터 민원 서비스도 멈췄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도 접속 마비로 민원 업무가 마비됐다. 원인은 '장비 불량'으로 결론났지만 이를 파악하는 데만 1주일 가량 걸렸다. 정부는 범정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지만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8. ‘챗GPT 등장’ 산업계 바꾸다…생성형 AI 시대 개막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챗GPT'가 지난해 11월 공개된 이후 올해 생성형 AI 열풍이 불었다. IT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빠르게 뛰어들었다. 구글은 2월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 '바드'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8월 한국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 9월에는 SK텔레콤이 생성형AI 에이닷을, KT는 개인 AI 비서를 표방하는 '믿음'을 공개했다.
[극과 극④- 조선,차 vs 항공]
9. ‘조선·차·항공’ 빅딜 희비…한화‧KG로 ‘새출발,’ 아시아나 ‘다시 내년’
조선·자동차·항공 중후장대 분야 인수합병(M&A) 빅딜 3인방은 올해 희비가 완전하게 엇갈렸다. 한화그룹 품에 안긴 대우조선해양은 5월 주총에서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출항을 알렸다. 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차도 3월 주총에서 KG모빌리티로 새출발 후 3분기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는 또다시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한항공은 2020년부터 합병을 추진했지만 기업결합 승인 14개국 중 아직 EU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이 남았다.
[극과 극⑤- 최태원 vs 노소영]
10.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전 2라운드 서막
11월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선 변론준비기일이 진행됐다. 1심(2022년 12월)때와 달리 2심에선 장외 여론전도 벌어졌다. 노 관장 법률대리인은 최 회장이 가족에게 30년 동안 쓴 돈보다 3배 많은 1000억원을 동거인과 혼외자에게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2라운드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